자본시장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이사장(사진)은 1일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디지털증권시장 개설 추진 등 미래성장 동력 육성을 단기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코리아 프리미엄’ 거듭나야…공정한 금융질서 필요”
2020년 12월 한국거래소 수장이 된 손병두 이사장은 취임 2년이 됐다. 손 이사장은 “코로나 위기 한 가운데 취임해 아쉬워 할 새 없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는 소회를 밝혔다. 취임 첫 해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등 역대급 활황기를 거쳐, 2년차에는 자본시장 썰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양적 성장 그림자들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신규 상장기업 임원의 주식 의무보유 강화 방안,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관련 모회사 주주 권익제고 방안이 나왔다. 또 코스닥 증시 레벨업을 위한 글로벌 세그먼트 출범도 이뤄졌다. 손 이사장은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문화 조성에 힘썼다”며 “노력의 성과는 즉시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시 시장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더욱 강하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는 상장법인의 부도, 파산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 투자자보호 및 안정적 시장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며 “상장법인 존립에 관한 사항은 상장법인의 공시 의무사항으로 투자자에 즉시 알리도록 하고, 상장법인에게는 보다 많은 회생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재무관련 상장폐지 사유를 실질심사로 전환하는 등 상장폐지 요건을 합리화했다”고 말했다.
상장 관련 주주권리 보호, 불성실공시 예방 등에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 스톡옵션 취득주식 의무보유, 물적분할 상장 시 주주보호 노력 심사, 코스닥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 등이 꼽힌다. 특히 한국 증시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중요하다고 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낙수효과 기대”
한국거래소와 경쟁 체제가 가속화 될 ATS(대체거래소) 설립 추진이 본격화 되는데 대해 손 이사장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부적인 결속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23년 3월말께 ATS 인가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이사장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제도, 인프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중대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 간 경쟁에서도 충분한 우위 확보를 자신하며, 다만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기본적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디지털 증권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 흐름에 맞춰 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증권형 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 규율체계로 수용하고, 비증권형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새 법을 통해 규제체계를 정립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3년 초 증권형토큰(STO)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증권형 토큰 플랫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기존에 없던 다양한 비정형적 권리유형의 혁신상품이 장내시장을 통해 쉽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면서 거래소의 안정적인 시장운영 체계와 투자자보호 장치가 적용되도록 관련 제도와 IT 인프라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ESG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우리 기업들이 원활하게 ESG 공시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현행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글로벌 공시표준 등을 토대로 기업들에게 ESG 권고기준 등을 제공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첫 발을 디딘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2022년 11월)에 대해서도 손 이사장은 “세그먼트 소속 블루칩 기업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다른 코스닥 기업들에게 건전한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편입 기업인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이 대표 구축한 나스닥 브랜드가치를 모든 나스닥 상장사가 공유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코스닥 세그먼트도 브랜드 가치 제고로 낙수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소속 기업들에 코스닥 대표 기업이라는 위상을 부여하고 관련 지수 및 연계상품 출시도 추진할 것”이라며 “코스닥 세그먼트 관련 투자정보 제공을 확대해서 기관, 외국인 등 중장기 성향 투자자가 신규 유입되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기 ATS 대응·디지털증권시장 중점…중장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손 이사장은 경영 철학 키워드로 ‘신뢰(credibility)’를 꼽았다. 그는 “한국거래소는 하루 평균 수 백 만 명의 투자자가 수 십 조 원을 거래하는 자본시장으로서 개설 및 운영 시장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산”이라며 “특히 새로운 제도와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투자상품을 출시할 때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2023년 자본시장 전망에 대해 손 이사장은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향후 방향성 예측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 주주중심 경영 정착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시장참여자들의 안정적 투자활동을 돕는 예측가능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손 이사장은 단기 역점 사업으로 ATS 대응, 디지털증권시장 개설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는 “ATS와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 나갈 것이며, 금융산업의 빅블러(Big Blur) 현상, 디지털 전환 변화에 맞춰 ‘디지털증권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역점 사업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손 이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실적과 성장성에 합당한 평가를 받아 우리 증시를 통한 상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선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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