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리스크(Risk‧위험)’라 불릴 정도로 세계 최대 갑부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는 9% 꺼졌다. 연일 52주 신저가 행진이다. 거기에 빅 테크(Big tech‧대형 정보기술 기업) 업체 하락에 반도체 투자심리 악화까지 더해져 시장에선 산타 랠리는커녕 ‘사탄 랠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어서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의 경우, 1.45%(56.05포인트) 낮아진 3822.39를 나타냈으며, 미국 30개 대표 종목 주가를 산술평균한 다우 존스 공업평균 지수(DJIA·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1.05%(348.99포인트) 내린 3만3027.49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Russell) 2000 지수 역시 1.41%(25.08포인트) 하락한 1751.86으로 집계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20%(111.17포인트) 떨어진 2533.33에 거래를 마쳤다.
전 세계 대표 반도체주로 꼽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logy·대표 산자이 메로트라)가 전날 발표한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액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 41억3000만달러(5조2719억4500만원)를 하회하는 40억9000만달러(5조 2,208억8500만원)로 집계됐고, 직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 비용 등을 제외한 손실 규모를 뜻하는 ‘조정 주당 순손실’은 시장 예상치 2센트를 넘는 4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악화한 실적이다. 매출은 76억9000만달러(9조8162억8500만 원)에서 반 토막 났다. 1년 전에는 주당 2달러를 넘는 순이익을 냈지만, 이번엔 적자로 들어서게 됐다. 마이크론의 분기 영업손실은 무려 7년 만이다. 마이크론 측은 다음 분기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3.44%(1.76달러) 급락한 49.43달러(6만3419원)로 장을 끝냈으며, ▲엔비디아(NVIDIA·대표 젠센 황) -7.04% ▲램 리서치(Lam research·대표 팀 아처) -8.65%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대표 매튜 머피) -4.63% 등 다른 반도체주도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 중개 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Edward Moya) 선임 시장분석가는 “마이크론이 암울한 전망을 발표한 뒤 주식을 싼 값에 팔아버리는 투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빅 테크 종목도 일제히 내림세를 걸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Apple‧대표 팀 쿡)은 전일 대비 2.38%(3.22달러) 하락한 132.23달러(16만9651원)로 집계됐다.
이어서 △아마존(Amazon‧대표 앤드루 제시) –3.43%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대표 사티아 나델라) –2.55% △구글(Google) 모회사 ‘알파벳’(Alphabet‧대표 선다피차이) -2.20% △페이스북(Facebook) 모회사 ‘메타’(Meta‧대표 마크 저커버그) –2.20% 등도 시퍼렇게 질렸다.
테슬라는 지하까지 들어가는 모양새다. 전 거래일보다 무려 8.88% 내렸다. 미국 시장에서 일부 모델 가격을 할인 판매하기로 하자 투자자들은 이를 전기차 수요 둔화로 해석한 듯 보인다. 테슬라는 오는 31일까지 전기차 세단 ‘모델3’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Sports Utility Vehicle) ‘모델Y’ 신차 고객에게 7500달러(966만75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악재도 겹치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데다 테슬라·트위터·스페이스X가 일제히 부당 해고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며 내년 1분기 감원 소식도 주가에 좋은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현재 5거래일 연속 내림세이며, 1년 전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미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Hedge Fund·전문 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인 시트론리서치(Citron Research)의 앤드류 레프트(Andrew Left) CEO는 “테슬라 주가 하락론자가 되는 것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테슬라는 아직 비싼 주식으로, (하락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정보 제공 업체 ‘팩트셋’(FactSet‧대표 필 스노)에 의하면 테슬라의 지난 1년간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46.7배다. 지난해 4월 1196배보다는 많이 내려왔지만, 여전히 S&P 500 평균인 18.1배를 크게 초과한다.
미국 증권사 ‘로스캐피털 파트너스’(ROTH Capital Partners, LLC)의 크레이그 어윈(Craig Irwin) 수석분석가는 “테슬라가 인도량을 늘리기 위해 판매 단가를 낮추는 것은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가 다소 호조를 보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증가율 확정치(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는 3.2%로 확인됐다. 지난달 잠정치 2.9%보다 0.3%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는 1분기 –1.6%, 2분기 –0.6% 등 두 분기 연속 역 성장했는데 3분기 들어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표 호조가 곧 공격 긴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짐작이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000건으로 나타났다. 미국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The Wall Street Journal)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2만건을 밑도는 수치다. 실업수당 신청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은 노동시장이 과열됐다고 해석될 수 있다.
국제 증권 및 외환 시장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내는 ‘헤지펀드’(Hedge Fund)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David Tepper) 아팔루사 매니지먼트(Appaloosa Management) 창립자는 미국 경제‧금융 전문 TV 채널 CNBC(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에 출연해 긴축 우려 등을 언급했다.
그는 “증시에서 매도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기대했던 연말과 연초 산타 랠리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는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내년 2월 물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1.02%(0.80달러) 하락한 77.49달러(9만9885원)에 문 닫았다. 4거래일 만의 하락 전환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 유(Brent oil) 2월 물 가격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70%(1.41달러) 감소한 80.79달러(10만4138원)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장보다 빨리 마감하는 유럽 주요국 증시도 부정적 결과를 보였다.
영국 런던증권 거래소(LSE‧London Stock Exchange)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우량 주식으로 구성된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100 지수는 전장 대비 0.37%(28.04포인트) 낮아진 7469.28에 종료했다.
이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각각 1.30%, 0.95%씩 내렸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Stoxx) 50 지수 역시 1.26(48.86p) 떨어진 3823.29에 거래를 끝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