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1일 오전 8시 롯데호텔 서울에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현장 안착을 위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퇴직연금 운영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제도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연 평균 6~8%의 안정적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한국은 올해 7월 12일 사전지정운용제도가 시행된 이후 그간 정부는 금감원과 함께 승인을 위한 심의를 진행해 왔다.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승인에는 39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총 318개 상품을 신청했다. 신청된 상품에 대해 고용부와 금감원에서 퇴직연금사업자 대상으로 대면 심의와 서면 심의를 병행 진행했고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본심의를 거쳐 최종 승인결과가 확정됐다.
올해 10월 1차, 12월 2차 승인에서 총 259개 상품이 승인됐다. 승인율 81%다. 59개 상품이 불승인됐다. 구체적으로 1차는 165개 상품 승인(승인율 75%), 55개 상품 불승인, 또 2차는 94개 상품 승인(승인율 96%), 4개 상품 불승인이다.
불승인 사유는 대체로 과거 운용성과가 저조하거나, 운용성과 대비 보수가 과다한 경우 등이 있었으며, 특히 계열사인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신청한 경우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전지정운용제도는 퇴직연금 직접 운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퇴직연금사업자의 역량으로 지원하는 구조인 만큼, 퇴직연금사업자들이 근로자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을 위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것"을 당부하고 "퇴직연금사업자 간 경쟁이 단기 시장선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디폴트옵션 제도의 내용이나 가입절차 등이 가입자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며 "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의 위험성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충실한 설명과 안내를 제공해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간담회에서는 퇴직연금 운영 관련 모범사례 발표도 진행됐다. 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센터(은퇴자산관리 전문 상담센터)를 통한 연금자산 관리 대중화 사례와 개별 기업특성을 반영한 최적의 적립금운용지원체계 (IPS) 제공 사례를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자체 IT부서 및 다층적 관리체계를 통한 고객만족도 제고, 구독형 자산관리서비스인 '퇴직연금 MP(Model Portfolio)서비스' 및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 사례를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모범사례가 다른 금융기관에도 확산돼 퇴직연금이 보다 가입자 친화적인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제안 및 건의 사항 등 현장 의견수렴이 진행됐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금융기관과 정부가 정기적으로 협업해 퇴직연금 컨텐츠 및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 캠페인을 전개해 단기간 내 퇴직연금 인지도를 크게 높이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정부 국정철학과 일치하는 것으로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폐업 등으로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청구를 하지 못해 미수령 상태로 금융기관에 남아있는 퇴직연금이 수천억원 수준'이라며 '근로자들이 본인의 퇴직연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협업해 앱 개발 및 퇴직연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계부처와 협의해 돕기로 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가입자 중 적립금이 없는 가입자에 대한 퇴직연금 의무교육 규제 완화'를 건의했고, 정부는 합리적인 완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 외에도 삼성증권의 퇴직연금사업자 최초 IRP 수수료 무료화, 신한은행의 연금수령 촉진을 위한 수수료 면제,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컨설팅 사례 등 다양한 사례가 논의됐다.
간담회를 마치며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오늘 제안해 주신 내용들은 정부에서도 적극 검토하고 필요한 사항은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사전지정운용제도가 씨앗이 되어 퇴직연금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훌륭한 재목(材木)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는 퇴직연금사업자가 늦어도 내년 초까지 최소 7개에서 최대 10개 상품을 승인 받을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를 상시로 운영하기로 했다. 제도의 원활한 안착을 위해 고용부-금감원-퇴직연금사업자간 상황반을 운영해 현장 애로사항에 빠른 대응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판매 및 운용 이력이 없는 신규상품이 승인된 경우 승인 후 1년 동안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 관리하기로 했으며, 계열사 펀드 집중한도 위반 여부도 연말 기준으로 지속 점검을 예정하고 있다. 또 원리금보장상품 중도해지 패널티에 대해서는 고용부-금감원-퇴직연금사업자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적정한 패널티 구조 논의를 예정하고 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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