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시가총액 60조원 가까이가 증발한 루나(LUNA)·테라USD(UT) 사태부터 최근 FTX 파산 사태까지 가상 자산 업계 자체에 악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그 결과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 자산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비트코인(BTC·Bitcoin)이 1만5000달러(1983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 자산 가격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게임 개발 회사인 위메이드(WEMADE·대표 장현국) 가상 자산 ‘위믹스’(WEMIX) 상장폐지 결정 이후 위메이드 측과 법적 다툼까지 벌였다.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건 조치였지만, 장현국 대표 화살은 업비트에 가장 매섭게 향했다. 다행히 승소로 끝나긴 했지만, 다툼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석우 대표는 다가오는 2023년, 어떤 한 해를 맞이할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고대하지 않을까? 최근 업비트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 사업과 ESG(친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가상 자산 거래소인 만큼 신사업 확장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석우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 사항”
이석우 대표의 2022년 키워드(Keyword·핵심 단어)는 ‘투자자 보호’였다. 업비트가 유일한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가상 자산 거래소인 데다 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기에 사회적 책임을 가장 무겁게 지고 있었다.
지난 10월 이석우 대표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자리에서 루나‧테라 사태와 관련해 “가상 자산 시장은 지금 5년 넘도록 아무런 규칙이나 제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객관적 기준을 요구했다. 명확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응당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업비트 상장폐지율이 47%”라며 “가상 자산 중 541개가 상장폐지됐는데 사전에 고지가 없지 않았냐”는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도 그는 “거래 지원 종료 시 2주 전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소명 받는 절차를 진행했다”며 반박했다. 이어 “우리가 거래 지원을 종료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들여다본다”며 “유의 종목 지정 때는 공지했다”고 대답했다.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 이석우 대표가 의원들로부터 칭찬받는 의아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쟁사인 빗썸(Bithumb·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의 이정훈 전 의장 등이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를 제출하며 책임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당시 ‘카카오 먹통’ 사태 때문에 로그인 실패로 확인된 이용자들에게 3일 치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환급하는 등 사후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최근엔 자체 로그인 시스템을 전면 적용하며 보안성을 한층 더 높였다.
이 밖에도 100억원을 투자해 운영 중인 ‘업비트 투자자 보호 센터’를 통해 ▲24시간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전화 금융 사기) 전담 콜센터 운영 ▲전자금융 사기 관련 심리적·법률적 지원 ▲가상 자산 백서 번역 등 정보 제공 ▲디지털 자산 교육 등의 활동을 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각별하게 더 신경 쓰고 있다.
최근 위믹스를 두고 위메이드와의 갈등 역시 시발점은 ‘투자자 보호’였다. 루나·테라 사태 당시 거래소별로 다른 기준과 대처에 대해 논란이 있었기에 이번엔 선제적으로 거래 지원 종료를 공동 발표한 것이다. 지난 6월 5대 거래소가 뭉쳐 출범한 DAXA는 10월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약 4주 만에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엔 두 차례 소명 기간 연장을 통해 29일간 총 16차례 소명을 거쳤다. 하지만 소명이 충분치 못했다고 판단했고 결국 상장폐지로 회원사 전원이 합의했다. 결정 이유론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해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신뢰 훼손 등을 꼽았다.
업비트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냈다. 4대 거래소가 깊은 고심 끝에 결정한 투자자 보호 조치임에도 위메이드는 업비트를 ‘갑질’로 비방하고 있다며 이익 추구를 우선으로 했다면, 거래 수수료 등 수익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도 눈 감고 넘어가는 것은 가상 자산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훼손하고 투자자 보호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업비트는 앞으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 질서에 부합하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란 확고한 신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수석부장 판사 송경근)는 업비트 손을 들어줬다.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두나무는 법원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8일 오후 3시부터 위믹스는 국내 거래소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위믹스를 다른 지갑으로 옮기는 출금 지원 종료 일시는 내년 1월 7일이다.
지난 7일엔 새해를 앞두고 묵혔던 때를 4년 만에 씻기도 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를 떨쳐낸 것이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임원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법원장 김광태)으로부터 자전거래 및 시세조작 혐의 관련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 2020년 1심에서도 무죄가 나온 바 있다.
재판부는 “두나무가 비트코인을 매수한 회원들로부터 매수대금과 거래 수수료를 취득한 사실 등 기초적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기에 효력이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되더라도 이 증거만으론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NFT 등 신사업 확장… 업황 회복 기대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새해에 날아오르려 한다. 대주주(지배주주) 관련 사건이나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오너 리스크’(Owner Risk)가 해제됐기 때문이다. 송치형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NFT, 웹(Web) 3.0 등 업비트 신사업 확장 속도도 가파를 전망이다. 웹 3.0은 ‘탈 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을 뜻한다.
다만, 최근 업계 상황은 좋지 않다.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 자산 겨울)다. NFT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전 세계 1위 NFT 프로젝트 ‘BAYC’(Bored Ape Yacht Club·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는 2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 규모가 반 토막 났다. 국내 1위 NFT 브랜드 ‘메타콩즈’(대표 이강민)도 20배 가까이 폭락했다.
하지만 업비트는 현재 출범 1주년을 맞이한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를 중심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업비트 NFT는 거래 지원 검토 과정을 통과한 ‘검증된 NFT’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NFT를 경매에 부치는 ‘드롭스’(Drops)와 소장 NFT를 이용자끼리 거래하는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로 구성돼 있다.
두나무는 NFT 플랫폼을 출시한 뒤 170회 넘는 드롭스로 예술, 웹툰(Webtoon·온라인 만화), 스포츠(Sports·신체 운동) 등 다양한 분야 작품을 중개했다. 국내 예술 NFT 중 최고 낙찰 가격을 기록한 김환기 화백의 <우주>와 EBS(사장 김유열) 인기 캐릭터(Character·등장인물) ‘펭수’등이 NFT로 거래됐다.
최근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HYBE·대표 박지원)와 손잡고 조인트벤처(JV·Joint Venture) ‘레벨스’(Levvels)를 설립하기도 했다. NFT 사업을 위한 조직이다. 아티스트(Artist·예술가)의 지적 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과 NFT를 결합해 팬덤 기반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미국 대중문화 중심지 ‘로스앤잴레스’(LA)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미국 시장을 기점으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다행히 가상 자산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 투자가 ‘팀 드레이퍼’(Tim Draper)는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내년 6월 말쯤 25만달러(3억3062만5000원)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가상 자산 거래소인 코빗(Korbit·대표 오세진)의 정석문 리서치(Research·연구) 센터장 역시 “현재 8000억달러(1058조원) 수준인 가상 자산 시가총액이 내년에 최대 1조5000억달러까지 회복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가상 자산에 대한 활발한 투자 및 연구 개발, 인력 채용 등을 꼽았다.
수익 다각화만큼 신경 쓰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ESG 경영’이다. 지난달 두나무는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관계인 산림청(청장 남성현)과 ‘세컨 포레스트와 함께하는 우리 숲 바로 가꾸기’ 캠페인을 열었다. 가상의 숲을 보살피는 숲 회복 지원 프로젝트다. 지난 3월 진행한 ‘나무 갖기 캠페인’의 후속편이었다. 캠페인은 두나무의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 세계) 플랫폼 ‘세컨블록’(2nd block)에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메타버스에 가상 나무 1만260그루를 심었다. 나무는 실제로 경북 산불 피해 지역에 식재됐다. 참가자 500명을 추첨해 멸종 위기 식물 보호 기금 조성을 위한 NFT를 지급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이석우 대표는 “환경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이 숲 가꾸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교류의 장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두나무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환경 및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ESG 프로젝트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대표는 2023년을 반전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올해 두나무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수익(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569억원, 332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 83.8% 줄었다.
다만, 내년엔 다를 수 있다. 가상 자산 업계에 봄바람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일도 많고 탈도 많은 2022년을 정리하는 이 대표의 다음 발걸음에 시선이 쏠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