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연이은 금리인상과 최근 2년 사이 가파르게 뛴 집값의 고점 인식 등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유례없는 빙하기를 맞이한 가운데, 매매거래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며 공인중개업소들의 한숨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치러진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는 총 2만69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해 기록된 1만6554명보다 합격자가 1만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작년 시험에는 1·2차를 합쳐 역대 최다인 약 40만명이 몰린데다, 2차 기준 합격률도 29.07%로 지난해(22.01%)보다 올라 합격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처럼 우후죽순 늘어난 공인중개사들의 수에 비해 거래량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8월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만7317건)보다 47.4%나 감소했다.
그나마 있는 거래도 중개업소가 필요 없는 직거래나 증여 등의 계약이 주를 차지하면서, 공인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아파트 직거래 매매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20.3%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서대문구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서 올해는 아예 중개 수입이 제로였던 달도 있을 정도였다”며, “그나마 가끔 전세나 월세 계약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이마저도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도봉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던 B씨도 최근 사무실 한 켠에 미용실을 차렸다. B씨는 지난 2년 사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 집값과 부동산시장 활황을 보고 뒤늦게 공인중개사 시험에 뛰어들어 사무소를 차리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곧바로 찾아온 부동산 불황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B씨는 “원래 하던 일이 있었는데 정리하고 공인중개사를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섣부른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그나마 가진 기술이 이것(미용)뿐이고, 공부했던 것이 아까워서 부업 느낌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빵집이나 카페, 복권방 등을 겸업하며 공인중개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업자들도 있었다.
중개사무소는 건축법령상의 건축물의 용도가 제2종 근린생활시설, 일반업무시설, 판매시설인 건축물에 사용권을 확보하였을 경우 개설등록이 가능하다. 즉 건물주와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겸업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단,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규약’에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합의해 달리 건물사용에 제한(용도 등)을 하고 있는 경우 등록관청에서는 관련 규약이나 구분소유자의 동의 등을 확인하여 개설등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공인중개사들의 겸업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업권의 특성상 언제 손님이 찾아올지 모르고, 이렇게 찾아온 손님에게 물건을 보여주러 함께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겸업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들은 생존을 위해 부업 전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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