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높이며 연 2.5%로 인상하는 데에 그쳤다. 미국이 다음 FOMC서 또 한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0.75%p 상승)’을 밟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이 같은 달러 강세는 좀 더 짙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기준금리 1%p 오르면 서울 집값 2.1% 하락, ‘하우스푸어’ 양산 위기
이러한 배경에 ‘집값 하락 방어’라는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집값 폭등기 속에서 ‘영끌’로 집을 샀던 수요층의 자산 가치 폭락을 막고, 과도하게 올랐던 주택시장이 다시 과도하게 떨어지는 일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국토연구원은 5일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리와 유동성은 자산가격결정이론, 통화주의적 이론 등으로 볼 때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자 간의 상관성이 높아졌으며,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리가 1%p 상승한 경우 15개월 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대 5.2%(연간 1.7% 내외) 하락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반대로 통화량이 10% 상승할 경우에는 13개월 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대 1.4% 상승했으며, 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기준금리가 1%p 인상될 경우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 2.1%p △수도권 1.7%p △지방광역시 1.1%p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한국은행 역시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를 통해 기준금리가 100bp(1%포인트) 인상됐을 때 전국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기준금리 유지 시와 비교해 1차 연도 말에 0.4~0.7%, 2차 연도 말에 0.9~2.8%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 달러 강세 속 길어지는 무역수지 적자 그늘
현재의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상황이 경제 위기와 직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집값만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무작정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8월 한국 수출은 567억 달러로 전월에 이어 동월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다만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할 경우 일평균수출은 7월 +13.9%에서 8월 +2.2%로 큰 폭 축소되면서 수출 모멘텀은 둔화됐다.
무역수지 적자폭도 7월에 이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4년 만에 5개월 연속 적자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리포트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는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중요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며, 원화 가치의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희망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전형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라기 때문에 고환율은 수많은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친기업 기조의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가 집값 때문에 환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도 모순적이고, 국가의 거시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집값하락 무조건 등식은 성립 X, 정부도 “집값 하향 안정화 필요” 입장 확인
다만 금리가 무조건 집값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2년 사이 지나치게 오른 집값으로 인해 고점 인식이 강해졌고, 인구구조 변화나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은 금리 외에도 자금 조달 여건, 주택 수급 상황, 정부 정책, 기대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부연한 바 있다.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집값의 지속적인 하향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 장관은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021 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지금 집값은 소득과 대비했을 때 지금 집값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서울의 경우 (가구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8배에 이르러 금융위기 직전 8배보다 높고, 금융위기 직후 10배보다도 지나치게 높다. 10배가 적정기준이라고 말하기엔 섣부른 면이 있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고점에서 무리하게 차입으로 집을 매입한 분들에게는 상당한 고통이 있겠지만, 지난 3~4년간의 급등기 이전부터 (집을) 갖고 있던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설사 급상승기 이전의 안정상태로 간다고 해도 금융 충격까지는 오지 않는다고 본다. 투기가 집중된 곳은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놔서 LTV가 40~5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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