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광복절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이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경제인 4명을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부회장은 복권 발표 이후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역대급 분기 실적에도 어두운 전망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액 77조200억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분기 기준 최대이자, 역대 두 번째 분기 매출이다. 반도체 사업의 견조한 실적이 재료비와 물류비 증가 등 악재를 상쇄했다.그러나 마냥 축하할 분위기는 아니다. 하반기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모바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수요가 견조해 소비자향 D램보다 서버용 D램 수요는 일반 IT기기 대비 선방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고객들이 신규 발주보다 재고를 우선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을 살펴보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은 9조9800억원이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가 반도체에서 발생했다. 수익의 대부분이 반도체 사업에 쏠려있어 반도체 시장 환경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출이 역성장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수요마저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8%가량 하락할 것으로 봤다. 4분기엔 3분기보다도 3~8%가량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나친 낙관론, 비관론보다는 다각도로 여러 요소를 보며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려 한다”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모바일 사업도 2011년 이후 11년 연속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폴더블폰을 제외한 다른 라인업에서 차별점을 느낄 수 없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에 밀리고 있으며, 중저가폰에서는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사실상 폴더블폰 시장에서만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가전 사업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재고 자산은 52억9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5.1%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높았던 펜트업 수요가 줄었고, 원자재·물류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125조 현금 곳간 열릴까?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판매를 확대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첫 타자는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Z플립4, 갤럭시Z폴드4를 출시하고, 내부적으론 1500만대(플립4 1000만대, 폴더4 5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4세대 폴더블폰을 기점으로 폴더블폰 대중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노태문닫기노태문기사 모아보기 MX사업부장(사장)은 “2025년까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채우겠다”라며 “특히 갤럭시Z4 시리즈를 올해만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해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6년 연속 글로벌 TV 판매량 1위를 차지해 온 삼성전자는 Neo QLED 및 라이프스타일 TV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 개최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성수기가 포진돼 있어 상반기 대비 판매량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이 복권된 가운데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형 M&A(기업 인수·합병)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총수 부재로 대형 M&A에 대한 과감한 결단이 쉽지 않았던 만큼 이 부회장이 향후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6년간 이렇다 할 M&A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지만, 정작 삼성은 투자 대신 현금만 늘려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은 올해 초 열린 CES 2022에서 “혼자 걸어가기보다는 M&A로 가는 게 빠르다면 이를 택할 것이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M&A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에는 M&A 전문가도 속속 영입했다. 지난해 말 M&A 전문가인 임병일 부사장이 삼성증권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로 이동했다. 하만 인수 주역으로 평가받는 안중호 전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글로벌리서치 미래산업연구본부장으로 배치됐다.
DS부문 산하 반도체혁신센터장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 린치서 상무이사 겸 글로벌 반도체투자부문장을 역임한 마코 치사리 부사장을 영입했다. DX부문 산하 신사업 TF장으로는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했다. 정 부사장은 퀄컴, 도이치텔레콤, 맥킨지앤드컴퍼니 등을 거친 베테랑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125조원에 달한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만 약 108조원이나 된다. 삼성전자 대형 M&A 대상으로는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영국 ARM 등이 거론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로봇, 메타버스, 바이오 등의 새로운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반도체 분야 M&A가 성사돼도 기업결합심사가 변수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주요 반도체 관련 국가들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간 결합 심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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