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미국 뉴욕 증시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이어지면서 내림세를 거듭했다. 그 여파는 국내 증시로까지 번졌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이는 삼성전자, 과연 주가 반등은 어려울까?
9일 (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 지수를 포함한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2022 회계연도 4분기(6월~8월) 매출이 지난 6월 말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가이던스(Guidance‧추정치) 하단을 밑도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 공시했다. 당시 마이크론의 분기 매출 예상치는 68~76억달러였다.
그뿐 아니라 올해 새로운 공장과 장비에 대한 자본 지출을 줄일 계획도 발표했다. 오는 9~11월에는 칩 출하량이 지금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상당폭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이익률이 크게 줄고 잉여 현금흐름은 적자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
인텔은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분기 매출액이 1년 전에 비해 22% 줄고 손실을 냈다고 밝히며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새로운 데이터 센터용 칩 출시가 늦어지고, 공급망 문제가 계속되는 데다 PC 수요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전날엔 엔비디아가 실적 가이던스(Guidance‧전망치)를 대폭 축소하면서 주가가 6% 이상 내렸었다.
미국 경제‧금융 전문 TV 채널 CNBC(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 2분기 매출액이 67억달러(8조7167억원)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에 발표한 예상치 81억2000만달러에 비해 17% 하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게임 관련 매출액이 1년 전에 비해 33% 감소한 20억4000만달러를 거둘 것이라 관측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30억9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소니(Sony‧대표 케니시로 요시다), 닌텐도(Nintendo‧후루카와 슌타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대표 사티아 나델라) 등이 만드는 홈 비디오 게임기(콘솔 게임기) 판매가 부진해지자 이들에게 GPU(그래픽 칩)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실적도 타격을 받은 걸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 속 마이크론은 3.74%, 엔비디아는 3.97% 떨어진 채 장을 끝냈다. 그뿐 아니라 ▲램리서치(Lam Research·팀 아처) -7.88%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Applied Materials, Inc.·대표 게리 E. 디커슨) -7.58% ▲AMD(대표 리사 수) -4.53% ▲인텔 –2.43% ▲브로드컴(Broadcom‧대표 호크 E. 탄) -2.33% 등 다른 반도체 관련주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실제로 반도체 종목이 들어가 있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뉴욕 3대 지수보다도 더 큰 폭(4.57%)으로 내린 상태다.
이에 관해 미국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는 “마이크론의 실적 경고는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붕괴되고 있다는 가장 최신 증거”라고 보도했다.
산자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반도체 수요 약세가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를 포함한 다른 부분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AMD의 리사 수 CEO 역시 “PC 사업에 대해선 좀 더 보수적으로 전망하게 됐다”며 “1분기 전만 해도 PC 매출액이 높은 한 자릿수로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제는 10%대 중반대로 감소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발 반도체 쇼크(Shock‧충격)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관련주도 휘청이게 했다.
10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50%(900원) 떨어진 5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장중 5만96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으로 5만원대를 기록한 뒤 이날은 더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3% 넘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전날보다 3.47%(3300원) 내린 9만1800원을 찍은 것이다. 이는 6개월 전에 비해 24.52% 낮아진 상태로, 같은 폭의 하락을 거듭한다면 9만원대 사수도 어렵게 된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황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방 산업 수요 둔화로 재고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가격 하락까지 더해지면서 분기 감익 흐름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 투자분석가(Analyst)는 “매크로(Macro‧거시경제) 이슈(Issue‧문제)로 세트 출하가 예상을 밑돌면서 메모리 전방 업체들의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방 업체들은 수요 전망치를 하향하고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주문량을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업황 반등은 전방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가격이 충분히 하락한 뒤 PC와 스마트폰 주문 등 개인 소비 지출이 증가해야 가능하다”며 “그 시점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고경모) 리서치 센터장 역시 “수요 둔화와 재고조정의 이중고가 메모리 섹터(Sector‧분야)에서 더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 등에 대한 이익 추정치 조정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어두운 반도체 업황 전망 속 삼성전자는 현재 설비 투자계획이나 연간 수요 전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리스크(Risk‧위험)와 PC‧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 급감 등이 해결될 때까지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실적은 지금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대표 김군호‧이철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Consensus‧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79조5599억원, 13조3821억원으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4% 불어나지만, 영업이익은 15.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초 대비 20% 이상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가 밸류에이션(Valuation‧실적 대비 주가 수준)으로 봤을 때 역사상 최저점이기 때문에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대표 홍원식) 투자분석가는 “장기 투자가 입장에서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분할 매수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과거 주가 급락기에 기록됐던 삼성전자 최저 주가순자산비율(P/B‧Price Book Value Ratio) 배수들을 보면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리만 사태 때 1.17배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때 1.24배 △2016년 1월 중국 신용 위기 및 유가 급락 때 0.94배 △2018년 12월 미중 무역 전쟁 때 1.04배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때 1.08배인데 삼성전자의 최근 최저 주가인 5만6200원은 당시 보수적인 올해 예상 주당 순자산가치(BPS‧Bookvalue Per Share) 5만240원 대비 1.13배로 저점 매수 가능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의견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대표 김병영) 투자분석가도 “삼성전자 주가는 밸류에이션 바닥 부근에 위치했다”며 “이는 재고조정과 실적 감소 등의 우려를 선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고조정과 설비투자 축소 이후 내년 메모리 시황 개선을 대비해 하반기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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