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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부동산·코인 사업 뛰어드나…금산분리 완화 ‘첫발’ [금융 규제혁신]

기사입력 : 2022-07-19 18:00

(최종수정 2022-08-1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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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융혁신 36개 세부과제 선정
자회사 투자 제한·부수업무 규제 푼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정부가 금산분리 등 금융규제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블러(Big-blur)' 시대에 맞춰 금융규제가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발목 잡지 않도록 과감하게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이 부동산·가상자산 업체 등을 자회사로 두거나 음식 배달·통신·유통 등 생활업종으로 업무 범위를 확장하는 등 비금융 융복합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8개 금융권협회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해 234개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 촉진 ▲혁신 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선진화 ▲감독행정 개선 등 4대 분야에서 9개 주요 과제, 36개 세부과제를 도출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이 빨라지고 있지만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금융규제들이 디지털 현실에 적합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회사와 빅테크 모두 디지털 혁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세 가지 원칙 하에 기존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산분리 제도 개선, 비금융정보 활용 활성화 등을 통한 금융·비금융 간 서비스·데이터 융합 촉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산분리는 1995년에 도입됐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는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은행권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글로벌 금융사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응한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해왔다.

A은행은 사용자 환경 및 경험(UI·UX) 디자인회사, 부동산 등 생활 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하지만, 은행법상 비금융회사 지분투자 15% 이내 제한에 막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건의했다. B은행의 경우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고 싶지만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산분리 완화 수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결론을 낸 건 아니다”라며 “금융규제 혁신은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금융회사나 빅테크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금산분리가 문제가 된다면 그 부분을 고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업무위탁, 실명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 개선을 통해 외부자원과 디지털 신기술 활용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은행의 신용평가업무를 상거래 정보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 업체에 위탁하거나 은행의 부동산담보평가업무를 부동산 가치 빅데이터를 보유한 정보기술(IT)기업에 위탁하는 것을 허용하는 식이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온라인 예금·보험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한 유연한 규제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보험권은 보험그룹 내 1사 1 라이선스 및 자회사 규제 완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 운영 요건 완화, 전자금융업무 허용 범위 확대, 상조서비스 진출 허용 등을 주요 과제로 건의했다. 1사 1 라이선스는 1개의 금융그룹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각각 1개만 운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 규제가 완화되면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한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책임 있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균형 잡힌 규율체계도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는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이 금지돼 있어 해외에서만 ICO가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내 가장자산 ICO 발행을 통한 가상자산업 영위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 선진화 차원에선 신탁 제도 개선,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을 통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작업계획을 확정하고 과제별로 검토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여는 등 매달 회의를 개최해 혁신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 발제자로 나선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의 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기능 확대라는 관점에서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및 업무 범위를 중심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는 기존의 규제 틀과 시장의 발전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을 해소하고 이미 진행 중인 금융·비금융간 융합·발전을 제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소유 규제에 대해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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