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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불 끄고 떠나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늘 이임식

기사입력 : 2022-07-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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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 '가계부채 저승사자' 역할 충실히
소상공인 금융지원·가상자산 제도화 성과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22.1.25)이미지 확대보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22.1.25)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금융위원장의 일차적인 소임은 과도한 신용으로 우리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2021년 9월 5대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


'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리며 가계대출 관리에 사활을 걸어 온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물러난다. 고 위원장은 취임 직전 사상 최대로 불어나던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금융 지원,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 빅테크 독점 해소 등에도 소신 있는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이임식을 연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지 약 10개월여 만이다. 앞서 고 위원장은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시절 '매파(긴축적 통화 정책 선호)' 성향을 보였던 고 위원장은 짧은 재임 기간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는 데 주력했다. 일사천리 업무 스타일로 뚜렷한 정책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례없는 초저금리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1분기 말 176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 수준까지 불어난 상황이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같은해 7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했다.

치솟는 가계대출 증가율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작년 8월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9.5%를 기록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강력한 정책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금융위기와 가상자산 시장 거품과 관련한 내용을 책에서 찾아보며 심도 있는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의 상호 상승 작용의 연결고리를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금융위원장의 별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고 언급할 정도로 가계부채 관리에 일관된 소신을 유지했다.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자산시장 거품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고 위원장은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관리를 선언하며 시중은행들을 압박했다. 지난해 10월엔 차주별 DSR 규제를 조기 시행하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을 강화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 위원장의 공언대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잇따라 단행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7월 15조3000억원을 기록한 뒤 8월 8조6000억원, 9월 7조8000억원, 10월 6조1000억원, 11월 5조9000억원으로 점차 축소됐다.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도 7월 10.0%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11월 기준 7.7%로 낮아졌다.

지난 1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시 DSR 40%가 적용되고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 위원장의 소신 행보는 업계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급작스럽고 무리한 가계부채 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출 총량 규제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며 대출금리가 치솟았고 신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이 중단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1금융권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도미노식 대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까지 제한되자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대출 한파에 내몰려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호소도 잇따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이와 관련 고 위원장은 작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 과정은 당장은 인기가 없고 쉬운 길이 아닌 것을 잘 알지만, 금융안정을 위해 과단성 있게 추진해야만 했다”며 “일단은 급등추세의 전환을 견인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전세대출,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 등의 문제에는 원칙을 지켜가며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소회했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 규제와 관련해서도 소신 행보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 24일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유예기한 만료를 앞두고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 위원장은 “법률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신고 기한 이후에도 큰 혼란 없이 제도가 안착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고 위원장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를 오는 9월까지 6개월 연장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안전판을 제공했다.

금융회사와 일대일 컨설팅을 거쳐 유예된 원리금을 최대 1년간의 거치기간을 두고 최대 5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환유예 대출의 연착륙 지원에도 나섰다. 지난 1월 말 기준원리금 상환유예를 받고 있는 대출(16조7000억원) 중 54%(9조원)가 금융회사와 일대일 사전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사전컨설팅을 받은 대출 중 3분의 1(3조원)은 대출 상환을 개시했다.

고 위원장은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해왔다. 데이터 독점과 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을 영업행위 규제를 통해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정책을 예고하는 등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고 위원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금융위 직원들에게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 안정에 지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의 퇴임으로 금융위는 당분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국회에 재요청했다. 송부 기한은 8일까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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