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방침과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미 연준이 잇따른 금리 인상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유동성 환수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변했다.
◇ 매매도 경매도 ‘꽁꽁’, 집값 상승 전망보다 하락 전망이 우세해져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하락하거나 약보합세로 접어든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지난해 6월 2주까지 6.08% 상승했던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해 같은 시기 –0.05%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은 같은 기간 2.03%의 상승에서 –0.13%의 하락으로, 경기는 9.38%의 상승에서 –0.41%의 하락으로 돌아서는 등 변동 폭이 컸다.
집값 선행지표 중 하나인 경매 낙찰률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2년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586건으로 이 중 679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전월(49.2%)에 비해 6.4%p 떨어진 42.8%를 기록했다.
경매지표 하락 요인으로는 지난달 10일에 시행된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조치 후 매매시장의 매물적체와 호가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며, 기준금리 연속 인상도 매수세를 위축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거래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 조치로 시장에 급매물은 출현하는데, 이를 받아줄 매도자들이 없어 매물만 쌓이고 거래는 발생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2월 814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1436건, 4월 1750건, 5월 1594건(6월 20일 기준)으로 지지부진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한 차례도 2천건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 조사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주택담보대출금리는 3.9%로, 전년 동월 대비 1.17%p 상승했다. 같은 시점 서울시 전체 면적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1억 5천만원, 전용 59㎡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억 8천만원, 전용 84㎡ 중형 아파트는 평균 13억 1천만원을 기록했다.
만약 아파트 매매가격이 연말까지 유지되고 대출금리가 7%까지 상승할 경우, 12월 기준 월 대출 상환액은 261만원, 5.5%까지 상승할 때는 223만원, 4% 수준을 유지한다면 187만원으로 전망됐다. 만일 금리가 7%까지 오를 경우 2022년 4월 현재보다 월 대출 상환액이 67만원, 약 34% 상승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면적대별 분석결과를 요약하면 대출금리가 7%까지 인상된다고 가정할 시 전체 면적 아파트의 월 대출 상환액은 261만원, 전용 59㎡ 아파트는 246만원, 전용 84㎡ 아파트는 291만원까지 상승한다. 주택 구매 시의 가계 금융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 ‘대세 하락까지는 아니다’라던 전문가들도 의견 분분…러-우 전쟁·새정부 정책 변수
이처럼 기준 금리인상과 거래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연초까지만 해도 ‘대세 하락’은 힘들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해지는 모습이다.
단기 조정국면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던 A 전문가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이 워낙에 좋지 않아졌고,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져 상황을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 전문가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새로 출범한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의 구체적인 주택공급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지난해 ‘패닉바잉’ 현상과는 달리 지금 수요자들은 주택을 당장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위기의식도 조금 덜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하반기 주택공급 구체안이 나오고, 분상제 개편안이 발표되면 서울의 대단지들도 분양에 나설 것이므로 공급 숨통이 트여 자연스럽게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여전히 지금의 집값 상승을 두고 ‘대세 하락’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하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 C 전문가는 “2년간 10억 가까이 올랐던 주택들이 지금 와서 2~3억 떨어지는 것을 대세 하락으로 풀이하기보다는, 과했던 부분들이 덜어내지고 정상화되는 부분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고 진단하는 한편, “다만 지난해까지 고점이었던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의 경우 이 같은 움직임이 ‘폭락’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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