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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공기 단축 해법 '모듈러'…건설산업 판도 바꿀까

기사입력 : 2026-07-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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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공공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이미지 확대보기
모듈러 공공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와 건설산업 혁신의 해법으로 모듈러 건축 육성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공사기간을 최대 30% 단축하고 인력난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높은 공사비와 제도 개선이라는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 본격적인 시장 확대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모듈러 공공주택 확대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북 군산의 모듈러 주택 제작 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업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과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국내 모듈러 주택의 고층화·대형화를 검증하는 'LH 의왕초평 공공주택 사업' 제작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의왕초평 사업은 총 381가구, 사업비 860억원 규모의 국내 대표 모듈러 공공주택 실증사업이다.

김 장관은 "작업자 고령화와 외국인 인력 의존 심화, 기후변화 등으로 건설산업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모듈러 기술은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고품질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핵심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칭) 모듈러 건축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맞춤형 특례와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고층화·단지화를 위한 약 250억원 규모 연구개발(R&D)도 추진한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발의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제도 마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건설업계가 모듈러 건축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화하는 인력난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구조체와 마감 공정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법보다 공기를 약 20~30% 단축할 수 있다. 기상 여건의 영향을 적게 받아 공정 관리가 쉽고, 현장 작업과 고소 작업이 줄어 산업재해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공장 내 표준화 생산으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폴란드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단우드(Danwood)'를 인수한 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통해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자이가이스트는 국내 최초로 목조 단독주택 공업화주택 인정을 받은 데 이어 18층 이하 철골 모듈러 공동주택 인정도 획득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고층 모듈러 시장의 문을 열었다. 회사가 모듈러 경쟁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론이 아닌 실적으로 입증됐다는 점이다.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는 지상 13층, 총 106세대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으로, 국내 최고층 수준 실적과 공정 효율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모듈러 건축이 주로 12층 이하에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선 사례로, 현대엔지니어링만의 핵심인 내화 기술과 차음 성능에서 독보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DL이앤씨도 모듈러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공동주택 골조 공사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이후 엘리베이터 구조물과 경비실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으며 현재까지 40여 건의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지난 2023년에는 국내 최초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공공임대단지를 전남 구례에 준공했고, LH가 발주한 구례와 부여동남 등 총 176가구 규모 사업도 수행했다. 플랜트 분야에서도 미국과 싱가포르 프로젝트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며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사뿐 아니라 가전·건축자재 업계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협력해 '삼성 AI 모듈러 홈'을 선보이며 AI 가전과 스마트홈을 결합한 미래형 주거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향후 중층 건물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KCC도 최근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래형 모듈러 주거 모델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KCC는 건축자재 공급과 내화·성능 기술을 지원하고 공간제작소는 스마트팩토리 기반 설계와 생산을 담당한다. 양사는 표준화 가능한 모듈러 주거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대형 건설사 중심이던 시장에 가전업체와 건축자재 기업까지 참여하면서 모듈러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생산 규모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원가 경쟁력이 낮고 관련 법·제도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모듈러 건축이 주택 공급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 체계 구축과 공사비 절감,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맞물릴 경우 인력난과 생산성 저하라는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 건축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경쟁력이 충분한 공법"이라며 "공장에서 대부분의 공정을 마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어서 현장 작업과 안전사고를 줄이고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생산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공장에서 제작하는 모듈 단가와 운송·조립 비용이 더해지면서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이 연간 수천~수만 가구 규모의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면 제조 단가가 낮아져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설현장의 고령화와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모든 공동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짓기보다는 옥탑 구조물이나 로비, 엘리베이터 코어 등 공기 단축 효과가 큰 분야부터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과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활용 범위도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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