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날 부코핀은행장으로 이우열 KB금융 CSO가 취임했다. 이 신임 행장은 국민은행 IT그룹 상무와 KB금융 IT총괄(CITO)·국민은행 IT그룹 대표, KB금융 HR총괄(CHO), CSO 등을 역임했다. IT 전문가인 이 행장을 부코핀은행 새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디지털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윤종규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970년에 설립된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상업은행 100여곳 가운데 자산규모로 19위다. 전통적으로 연금 대출, 조합원 대출, 중소상공인(SME) 대출 취급을 통해 리테일 위주의 고객 기반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8년 7월 인도네시아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된 데 이어 2020년 9월 지분 67%를 확보해 최대 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얻었다. 이후 지배구조 개선과 역량 이전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내 경쟁력과 입지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 영향으로 적자와 건전성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코핀은행의 적자 폭은 2020년 290억원에서 지난해 1825억원으로 여섯배 넘게 커졌다. 작년 초엔 이전 최대 주주인 보소와로부터 1조60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생기기도 했다.
부코핀은행은 신규 고객군 확보, 자산 양질화, IT 인프라 개선 및 디지털뱅크 전환 기반 마련 등을 정상화 작업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부실은행임을 인지하고 인수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부담이 커졌다”면서 “정상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며 시간은 3~5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시작으로 국민은행의 해외 사업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지도 주목된다. 미얀마 법인인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와 KB미얀마은행은 지난해 각각 62억원과 3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0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법인의 부진 여파로 국민은행 6개 해외법인은 지난해 5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90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KB마이크로파이낸스는 기존 원리금 회수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채널을 통한 원리금 회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KB미얀마은행은 디지털플랫폼 인프라 구축을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사업 투트랙(Two-track) 전략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리테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선진금융시장에서는 기업투자금융(CIB)·자본시장 업무를 확대해 해외 포트폴리오의 지역적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경쟁 은행과 비교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해외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6개 지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 중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미얀마는 KB금융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육성하고 있는 해외사업 거점이다.
캄보디아 현지 자회사인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경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라삭은 올 1분기 전년 동기(464억8천900만원) 대비 6% 증가한 594억2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국민은행은 프라삭과 KB캄보디아은행의 합병을 통한 상업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가를 획득하면 기존 리테일 여·수신을 비롯해 기업금융, 외환, 카드 등 은행업 전반으로 영업 범위가 넓어진다. 국민은행은 프라삭을 캄보디아 리딩뱅크로 성장시키고, 동남아 사업 확장 과정에서 전략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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