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측은 함 부회장을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법률 리스크에 대한 검토를 마친 상태다. 함 부회장은 항소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이번 선고가 확정판결이 아닌 점 등을 근거로 주주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한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20년 1월 함 부회장에게 DLF 사태와 관련한 내부통제 의무 소홀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해당 의결안은 같은해 2월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됐다.
이에 함 부회장은 같은해 6월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본안 소송 1심에서 패소 판결이 나왔지만 하나금융은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는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함 부회장은 지난 11일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차기 회장 선임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며 큰 고비를 넘긴 분위기였지만 DLF 소송에서는 패소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날 본안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가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리면서 금융당국의 징계 효력도 조만간 되살아날 전망이다. 앞서 법원은 함 부회장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징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징계 효력 정지 기간을 고려하면 25일 주총에서 회장 선임은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이날로부터 한 달 후인 다음달 15일부터 다시 효력이 생긴다.
이 때문에 함 부회장은 조만간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징계 처분 효력 집행정지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4일 내로 다시 효력 정지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 부회장이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고 또다시 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징계처분의 효력은 재차 미뤄진다. 이 경우 함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하나금융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이번 선고가 확정판결이 아니어서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하나금융은 앞서 주총 공시에서 “금감원 징계와 관련해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징계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므로 현 상황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사한 사안으로 재판 진행 중이었던 다른 금융그룹 회장들의 경우에도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회장직을 연임했고, 이후 2심 또는 행정소송에서 무죄 판결 또는 징계처분 취소 결정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함 부회장은 11일 채용비리 무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앞서서 이번 일로 많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 대단히 죄송하고 재판장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DLF 재판과 관련해선 “여러 피해자분들이 계실텐데 월요일 재판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성실히 입장을 소명하고 결과를 떠나서 소비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앞장서겠다”며 “재판 결과를 저희 소중한 주주들께 더 상세하게 보고 드리고 주주총회를 무난히 이끌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DLF 상품 886건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상품의 위험도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판매된 상품의 가입금액 규모는 1837억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또 함 부회장 등 경영진이 준법감시인 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등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청구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막대한 데 반해 그 과정에서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그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한 점 등을 비춰봤을 때 피고들은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판결 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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