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원을 돌파하며 연간 순이익 4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 등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자이익이 늘어났고 푸르덴셜생명, 프라삭 등 인수합병(M&A) 효과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이 고른 성장을 보인 결과다.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면서 리딩금융그룹 입지를 한층 더 굳혔다. KB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배당성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6%로 되돌리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도 나선다.
앞서 KB금융은 2020년 신한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KB금융은 2017년 신한금융이 9년 동안 지켰던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가 2018년부터는 다시 신한금융에 선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2020년엔 사모펀드 관련 손실이 실적을 일부 끌어내린 신한금융보다 400억원가량 많은 순이익을 올리며 다시 금융지주 1위에 등극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중심의 견조한 핵심이익 증가와 푸르덴셜생명, 프라삭 등 M&A를 통한 비유기적인 성장의 결실로 한층 제고된 그룹의 이익창출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며 “견조한 여신성장과 국내외 M&A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온 결과 순수수료이익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2.6%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KB금융 연간 세부 실적을 보면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5.5% 증가한 11조2296억원을 기록해 그룹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이는 은행 이자이익이 견조한 여신성장과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따라 약 6920억원 증가하고, 푸르덴셜생명, 프라삭 등 M&A 영향으로 약 5000억원의 이자이익이 추가로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
순수수료이익은 3조6256억원으로 전년보다 22.5% 늘었다. 소비회복에 따라 신용카드수수료손익이 증가하고 은행의 신탁상품 판매 회복으로 신탁이익이 개선된 가운데 주식시장 호황과 IB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증권업수입수수료가 확대된 영향이다.
건전성 지표를 보면 그룹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작년 말 기준 0.33%로 전년 말 대비 0.08%포인트 개선됐다. 그룹 BIS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5.78%, 13.46% 기록했다.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1조18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7억원 증가했다. 그룹 대손충당금전입비율(Credit Cost)은 0.30%로 4분기 일회성 충당금 영향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이를 제외한 경상적 대손충당금전입비율은 0.21%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그룹 총자산은 1121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8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 중심으로 대출채권이 견조하게 증가했고 자산운용의 수탁고와 증권의 투자자예수증권 증가에 힘입어 AUM이 확대됐다.
KB금융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성향을 26.0%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위기대응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축소했던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주당배당금은 전년 대비 약 66% 증가한 2940원으로, 지난 8월에 이미 지급된 배당금 750원을 감안하면 기말배당금은 2190원이다.
KB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결정했다.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CFO) 전무는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로 제한돼 온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개선하고자 한다”며 “보수적인 대손충당금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꾸준한 이익증가를 통해 주당 배당액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적정성의 견실함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으로 총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며 “분기 배당도 글로벌 선진기관을 충분히 벤치마킹하고 있고 주주 피드백을 고려해 주주 친화적인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KB금융은 실적발표와 함께 올 한해 시장의 우려가 가장 큰 도전과제로 ▲비이자 비즈니스 약화에 대한 우려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 ▲플랫폼 경쟁 심화 ▲마이데이터 경쟁 본격화 등을 꼽았다.
김재관 KB국민은행 전무는 “순이자마진은 금리 상승기 영향으로 연간 기준 0.07~0.08%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대출 시장도 5~6% 성장은 무난하게 예상된다”며 “비이자이익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한 흐름을 감안하면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성장 분야 성장 등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보면 당기순이익이 일정 수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자산건전성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필규 KB금융 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은 “코로나 우려가 많은 상황이더라도 연체율이나 담보 비중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게 점증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다중채무 우려는 여전히 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소호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다 합쳐서 다중채무 한도를 정하고 있고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략으론 슈퍼앱과 마이데이터 경쟁력 강화를 핵심과제로 추진한다. KB금융은 올해 KB스타뱅킹 앱 MAU(월간활성이용자 수) 목표치를 1500만명으로 설정했다. 지난달 기준 스타뱅킹 MAU는 900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조영서 KB금융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전무는 “상품의 구조도 MAU를 유도할 수 있게끔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2400만명 그룹 기반고객을 바탕으로 슈퍼 앱 전략을 추진하면서 타겟팅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U를 늘리려면 상품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콘텐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올해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마이데이터 원년인 만큼 종합자산관리, 지출관리 서비스 등이 슈퍼 앱에 잘 녹아든다면 체류 시간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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