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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회장 취임 23년사…HDC현산 시평 4위에서 영업정지 위기까지

기사입력 : 2022-01-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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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부터 삼성동 아이파크까지, 주택사업 역사 이뤘던 현산
광주에서 연달아 터진 대형사고, 미래 수주 경쟁력에도 치명적 타격

HDC 사옥 전경이미지 확대보기
HDC 사옥 전경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HDC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모체라고 할 수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에서의 계열분리 후에도 한때 시공능력평가 4위까지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이름이 높았던 이 회사는 광주에서 발생한 두 건의 대형사고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자사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앞세워 한국 아파트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역사를 시기별로 정리해봤다.

아파트 역사의 상징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 건설업 존재감 키웠던 태동기
현대산업개발의 모태는 현대그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는 ‘한국도시개발’로 독립, 1986년 ‘한라건설’과의 합병을 통해 ‘현대산업개발’로 출범하게 됐다. 이것이 오늘날 HDC현대산업개발의 첫 출범이었고, 창립기념일도 이 때로 보고 있다.

출범 초기 현대산업개발은 대한민국 아파트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건설업계에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이런 노력이 이어진 결과 현대산업개발은 199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후 범현대가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무렵,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닫기정몽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취임하면서 현대 계열사에서 분리됐다.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조감도이미지 확대보기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조감도


'아이파크' 론칭, 삼성동 아이파크 등 굵직한 주택사업 한 획 그은 중흥기...사업다각화 노력도
계열분리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새로운 기업 슬로건인 ‘Think Innovation’과 함께, 2001년 새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IPARK)’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계열분리 후에도 현대산업개발은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며 브랜드 파워 강화에 힘썼다. 2004년에는 삼성동 아이파크가 국내 최초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획득했으며, 해운대 아이파크는 2012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역작 중 하나인 삼성동 아이파크 입주 당시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동 아이파크는 헬기 부딫힘 사고에도 무너지지 않은 견고함을, 해운대 아이파크는 부산지역 침수 사태 당시에 방수시설을 갖춰 피해를 최소화했던 저력을 보였던 바 있다.

호텔아이파크(현 호텔HDC), 영창악기제조(현 HDC영창), 부동산114(현 부동산R114) 인수 등 사업 다각화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018년, 현대산업개발은 지주사인 HDC와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9년 말부터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형 M&A’에 나섰지만,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퍼지며 리스크가 커지자 인수가 중단됐다.

지난해 6월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시청 기자회견에서 사죄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광주시청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6월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시청 기자회견에서 사죄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광주시청


광주에서 연달아 터진 대형사고에 정몽규 사퇴...영업정지 위기는 물론 수주경쟁력 저하까지
2014년을 제외하면 계열분리 이후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1년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덮쳤다. 버스에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이 숨졌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HDC현산은 해당 사업의 시공사로 들어가 있었고, 기존 건축물 철거는 ‘한솔기업’에 하청을 맡겼다. 한솔은 광주 지역업체인 ‘백솔건설’에 재하도급 형태로 공사를 맡겼다. 현대산업개발은 ‘재하도급이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이 같은 재하도급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정몽규 회장은 광주를 찾아 "회사는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런 사과가 무색하게 그로부터 7개월 뒤, 같은 광주, 같은 건설사에서 또 하나의 대형사고가 터졌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 조성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 과정도 아닌 건축 중이던 신축 아파트가 붕괴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더욱 컸다. 강풍·부실시공·관리 부실·수직부재 부족 등 복합적인 설계상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정몽규 HDC회장(가운데)이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위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 대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 사진=장호성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7일 오전, 정몽규 HDC회장(가운데)이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위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 대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 사진=장호성 기자


연달아 터진 사고로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책임회피성 사퇴’라는 비판과 더불어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사퇴’라는 날선 시각까지 받고 있다.

사고 이후 HDC현산의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2만5천원대에서 21일 현재 1만4천원대까지 급락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잇따른 사고로 HDC현산 측이 최장 1년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고 수습 이후 입주민 보상과 재시공, 피해자 보상 등은 물론 향후 발생할 HDC현산의 수주 경쟁력 저하와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하락까지 고려하면, 현산을 넘어 HDC그룹 전체가 입게 될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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