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마이데이터는 고객 동의하에 여러 곳에 흩어진 고객 개개인의 신용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은행 예·적금 계좌 잔액이나 카드 결제 내역은 물론, 보험 보장 내역, 주식 보유 수량, 대출 금리 등 온갖 금융 정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맞춤형 자산관리와 컨설팅이 가능하다.
기존에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던 WM 서비스를 보다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은행만의 전문 자산관리 노하우를 디지털에 녹여낸 것이다.
◇ ‘하나 합’으로 MZ세대 맞춤형 자산관리
하나 합을 통해 ▲자산 진단에서 처방까지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자산관리 스타일’ ▲고객 개개인의 지출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분석’ ▲목표를 설정해 외화 자산을 불려주는 ‘환테크 챌린지’ 등 개인별 최적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자산관리 경험이 적고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맞춤형 자산관리라 할 수 있다.
이 분석은 8가지 항목(원금 보존·수익 추구·목돈 굴리기·예비 자금·목돈 마련·예비 자금·대출 활용·외화투자) 비중을 다른 고객 평균과 비교해 차이가 가장 큰 자산관리 항목으로 이용자 스타일을 정리한다. 각 항목마다 세대별 또래와의 비교가 가능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 개개인의 소비성향도 분석해 라이프스타일을 알려준다. 소비 성향은 MZ세대가 흥미를 가지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문구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소비가 많은 카테고리를 위주로 ‘#집꾸미기요정’ 등 태그를 노출한 뒤 관련 지출 세부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자산관리 경험이 적고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맞춤형 자산관리라 할 수 있다.
환테크 챌린지의 경우에는 고객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해 외화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돕는다. 고객은 ‘휴양지 썬배드에서 모히또 마시기’를 목표로 잡은 뒤 달러나 유로화 등 27개 통화 중 하나를 선택해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1~60개월 중 목표 기간을 정하면 된다. 관심 환율을 알림 설정으로 매일 확인할 수 있고, 환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자동 매매 설정이 가능하다.
계열사 하나카드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활동이 활발한 특징에 맞춰 맛집 등도 추천한다. 이른바 ‘내 주변 핫플’ 서비스다.
리뷰나 별점 등 주관적 견해가 아니라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핫플레이스(인기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게 특징이다. 주변 상권 데이터와 승인 데이터로 맛집이나 카페 등 핫플레이스별 단골 비중, 방문 추세, 방문객 특성을 분석하는 식이다.
아울러 특정 핫플레이스에서 할인 쿠폰을 제공해 방문 고객에게는 할인 혜택을, 가맹점 대표에게는 매장 매출 관리와 마케팅을 돕는다.
이 밖에도 하나금융투자는 배당 정보 서비스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인 ‘핀크’는 금융에 SNS와 게임을 결합한 리얼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 합의 전속모델도 벌써 정했다. 최근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댄서 ‘아이키’ 씨다. 더 많은 고객에게 해당 플랫폼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알리고자 다음 달 말까지 두 달간 추첨을 통해 주요 통화의 환테크 챌린지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처럼 그룹사가 나서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박성호 행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다른 시중은행도 앞다퉈 사전예약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특성상 고객의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라 한 번 특정 금융사와 인연을 맺으면 옮기기도 쉽지 않다. 경쟁력 있는 차별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황보현우 하나금융 그룹데이터총괄 상무(CDO)는 “관계사들이 체계적으로 협업을 하면서 그룹의 마이데이터 참여 사업자들이 가장 빠르게 서비스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디지털 자산관리 여정 전반에 걸쳐 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초자산가 위한 WM 특화점포 확대
박성호 은행장은 통합 마이데이터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대중화와 함께 3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위한 WM 특화점포 확대 전략도 이어간다.
하나은행만의 특화 서비스 ‘리빙트러스트센터’에 초고액 자산가 대상 전문 서비스 ‘클럽원(Club1)’ 점포를 추가 개점하며 WM 부문을 고도화하는 방향이다.
박 행장은 취임 전 ‘VM(VIP 마스터)’ 제도를 도입해 WM 부문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영업점마다 500여 명의 WM 인력을 투입해 PB 고객이 아닌 고객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클럽원 3호점 신규 지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VVIP) 전용 센터로 브랜드화에 나서면서 아파트값 선두 지역을 공략하려 한다. 구체적 장소로는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이 거론된다. 아직 매매 계약(임대차 계약) 체결 전 센터 부지나 건물을 물색하는 단계다.
클럽원은 하나금융이 지난 2017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출범시킨 복합 점포다. 올해 6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도 두 번째 클럽원을 열었다.
이곳에는 하나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 센터와 하나금융투자의 WM 센터가 모두 입점해 있다. 30억원 이상 예탁자산 보유 고객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위한 법률, 세무 등 세세한 컨설팅이 이뤄진다.
아울러 북 카페, 영화(음악) 감상실, 세미나실 등 각종 문화 공간을 갖춰 ‘자산관리 명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 8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의 제휴 역시 WM 확대 전략 일환이다. 산업은행 PB 고객 중 기업을 운영하는 우량고객을 하나은행 신규 고객으로 유입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처럼 WM 부문은 향후 은행권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점차 이자이익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비이자 이익 확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요한 이익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인데,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대출 증가율을 올해 8.3%에서 내년 5.2%로 2.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로는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 속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첫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 그룹 산하에 있던 자산관리사업단을 연금·신탁 그룹과 통합해 확대·개편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 선점을 위해 조직을 가다듬으면서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박 행장의 강점을 살린 WM 고도화 전략은 하나은행의 수수료 수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3분기 실적을 보면, WM 수수료 수익에서 누적 기준 22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8.8% 불어난 수준이다. 특히 펀드와 신탁 수수료 수익이 20% 이상 훌쩍 뛰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WM 부문은 앞으로 은행권의 주요한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과의 연계와 비대면 서비스 확대 등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최고의 디지털 자산관리 은행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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