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애플의 경영 비법은 '사용자경험(UX)'에 있었다.
그 결과 제품을 교체할 때도 애플 제품만 찾는 충성고객을 늘리고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향상시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사용자에 집중해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미래차 시장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M이 미래차 시장을 위해 내세우는 경영 전략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0월 메리 바라 GM 회장은 투자자 설명회에서 "자동차 제조사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안이다. GM은 2023년 차량용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얼티파이는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운전자 프로필 동기화, 얼굴인식, 스마트폰 앱 연동 기능 등이 포함된 일종의 차량용 운영체제(OS)다. 이는 미래차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비전과 한층 가깝다.
전통적인 자동차제조사에게는 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다. 제조 측면에서는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 동안 충분히 쌓인 대량 양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모빌리티 업계 진출을 노리는 IT기업이 더 많은 자산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루머에 시장이 들썩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동차회사들은 당장 소프트웨어 유치전이 한창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2018년 CES에서 "IT기업 보다 더 IT기업 같아져야 한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이후 2019년 현대차·기아는 10대 대기업 최초로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연중 상시 채용 체제로 전환한 다음 R&D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주관으로 'HMG 개발자 콘퍼런스'를 개최해 모빌리티 분야 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행사에는 추교웅 전무(전자담당), 장웅준 상무(자율주주행), 현동진 상무(로보틱스) 등 40대 젊은 임원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소수 기업만의 투자만으로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개발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그 마저도 게임 등 유망사업에 몰려있다. 국가 차원의 투자액도 미국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와 자동차업계가 산업 구조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 하면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해오던 자동차산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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