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윤정을 좋아한다. 그가 광고 모델로 TV에 나올 때 저 아름다운 여자는 누군가 눈여겨봤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방석을 빼앗긴 여고생 귀신으로 등장할 땐 순간이었지만 탄탄한 연기력에 감탄했다. 이후 지난 4년간 스위트홈과 환혼, 무빙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라이징 스타로 성장해 온 그를 지금까지도 응원한다.
그럼 그렇지. 순순히 알려줄 리 없다. 필자는 결정적인 증언과 물증을 제3의 취재원들을 통해 확보했다. 5일 오후 6시 [단독] 기사 배포를 앞둔 와중, 농협은행 홍보팀에서 전화가 왔다. 기사를 배포하겠다는 소문을 들었나 보다. 앞서 MAA 대표에게 전화해 고윤정 배우가 농협은행 모델이 된 게 맞냐고 물으니, 홍보팀 이사와 상의한 후 답변을 주겠다고 한지 약 30분 뒤였다. MAA 측은 이후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농협은행 관계자는 여러 말을 늘어놓았다.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사가 오늘 나가면 안 된다는 둥, 오후 6시에 기사를 왜 내보내냐는 둥 책망하는 식으로 나무랐다. 새 모델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무슨 계약을 말하는 거냐고 반문하자 상대방은 횡설수설하며 전화를 끊었다.
7일 오전 8시 50분 보도자료가 왔다. 농협은행 관계자를 멘트만 발췌해 미리 작성해 놓은 기사에 옮기고 8시 55분 <[단독] 농협은행 새 모델에 배우 '고윤정' 발탁…한소희·강하늘 떠난 자리 메꾼다>를 배포했다. 기사가 잘 올라갔나 네이버에 확인해 봤다. 검색어에 고윤정과 농협은행을 치니, 3분 전인 8시 52분 ○○뉴스에서 관련 내용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기사 본문에는 농협은행이 새 광고모델로 고윤정을 기용했다는 내용과 역대 농협은행 모델들, 마지막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모델에 대한 소개까지 쓰여있었다.
해당 기사를 농협은행 홍보팀에게 보내며 연락했다. 처음에는 “내용을 읽어보니 결이 달라서 잘 모르겠는데요”라더니 3분 뒤 “팀장님께 여쭤보니 기자님이랑 ○○뉴스랑 동시에 50분에 배포했다고 합니다”란다. 분명 신 기자한테만 보내겠다고 했는데 말이다. 14분 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취재가 들어와 있던 건이고 계약 문제 때문에 제일 먼저 보내드린 건 맞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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