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에는 2주간 1만5000명이 넘게 동참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해당 청원의 골자다.
반면 예대금리 상승세는 더디다.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19개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한 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견인한 건 이자이익이다. 은행들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의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33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자 파티에 따른 실적 잔치인 셈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대출 시장에서 왜곡을 낳기도 했다. 1금융권인 은행보다 2금융권인 상호금융 금리가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중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우대받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신용을 평가해 신용도에 따라 내주는 것이 신용대출인데 신용이 낮은 사람이 더 우대받는 꼴이 됐다.
은행들의 가산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9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에 반영된 가산금리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가산금리 급등이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압박이 거세지고 금리를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급격히 높이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평균 대출금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금리를 무는 사례도 속출한다.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줄어든 대출 취급량만큼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크게 높여 수익성을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은행이 약탈적 가산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에 대한 금융당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당장 대출 규제에 이자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은행의 폭리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금리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예대금리 문제에 현장 점검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잡기 위한 관리의 필요성과 시급함은 부인할 수 없다. 금리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금융당국엔 금융시장 전반을 관리하고 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어렵게 집을 장만한 대출자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계 빚 억제라는 정부의 목표 아래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이에 대응할 정책이 필요한 때다. 총량으로 대변되는 가계대출 관리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 압박을 완화할 방안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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