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성학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 9월 열린 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기자회견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 및 빅테크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년 전 수수료재산정이 이뤄졌던 2018년 전후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현대·롯데·BC카드)의 합산 카드수익은, 2017년 20조7131억원에서 2019년 17조4449억원, 2020년 17조3095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이달 말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한 카드업계가 올해 상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연체율 등 위험관리비용 지표도 나쁘지 않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확대하면서, 전체 가맹점 중 96%가 1.6% 이하의 수수료 혜택을 받고 있다.
또 최근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는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카드 수수료 인하까지 겹쳐 수익이 쪼그라들면, 카드사들이 판매하는 대출상품 금리를 올려 상쇄하거나 신규대출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체크카드 및 계좌이체 등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는 빅테크도 결제 수수료 인하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빅테크 기업에 카드수수료의 1.6%~2.8배에 달하는 자율 수수료 책정권을 부여하는 특혜를 없애고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맞게 똑같은 규제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카드사들은 그동안 영세·중소 가맹점의 어려움에 적극 동참해 왔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때마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본연의 결제 업무는 뒤로 한 채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사업에만 집중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내몰리고 있다”는 입장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강제적인 압박이 아닌 시장논리에 따라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영세·중소상인들과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협상과 교섭을 통해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는 채널과 자리를 마련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카드사의 부담은 결국 고객 혜택 축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당국과 소상공인들은 알맹이 없는 ‘수수료 인하’라는 다섯 글자에 손뼉 칠 게 아닌 업권과 국민 모두의 안정을 보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인지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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