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고점론을 편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당장 올해 7월에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무리한 주택구입에 대한 우려를 공개석상에서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고점론에도 불구하고 7~9월 세 달간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0.20%대의 높은 상승폭을 유지하며 정부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했다. 결국 8월 열린 부동산점검회의에서는 홍 부총리가 '집값 고점' 언급을 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러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집값 고점론’ 경고를 내놓았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최근 "아파트값이 확실한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10월 실거래가 잠정치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발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금리인상기에) 시중유동성이 환수되면 집값 하락 압박이 생긴다”며, “공포수요로 인해 막차를 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값 전망인 주택가격전망CSI(116)는 전월 대비 9p 떨어지며 3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규제 정책과 금리인상기 등이 맞물리며 짙은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단기간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났던 대구와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아파트값이 하락세에 접어들기도 했다. 특히 대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80주 만에 하락전환했다.
◇ 지방 집값은 빠질 수 있지만 서울은 글쎄? 내년 입주물량 부족·수요자 우위 시장 전망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은 당분간 현재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서울 매물을 유도하기에는 취득세·양도세 등의 세 부담이 크고, 대선 정국에서 정권이 바뀔 것을 염두에 두고 집주인들이 ‘매물 잠그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에 줄어드는 서울의 신규 입주물량도 서울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R114가 추산한 내년 서울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520가구 규모로, 올해 입주물량인 3만1835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자극되며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상승하는 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모두 2603만8307명으로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했다. 전년도(2592만5799명, 50.002%)보다 수도권 인구수와 비중 모두 늘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갈수록 수도권으로의 인구 과밀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1인가구 비중까지 급격하게 늘어나며 여전히 수요를 공급이 쫓아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외곽 지역부터 서서히 거품이 빠질 수는 있겠지만, 획기적인 공급이 당장 이뤄질 수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집값의 안정화는 아직 먼 이야기”라며, “내년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평행선 눈치싸움이 이어지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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