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1인가구와 딩크족(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청약제도 개편을 예고했지만, 이번 대책 역시 시행 전부터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두고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부모의 재력이 충분한 이른바 ‘금수저’ 청년들을 위한 청약제도 손질이 아니냐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가계대출 관리 강화할 것”…대출은 조여지는데 집값은 고공행진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기존대비 0.25%p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기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취임을 앞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강조한 것 역시 가계부채 관리였다. 금융당국이 향후 추가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문제는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1억7734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6억4345만원이었다. 경기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5950만원으로 올해 들어 평균 1억원가량 급등했다. 인천 역시 4억714만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청약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는 좋게 볼 수 있지만, 대출을 막아놓고 기회만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어폐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부모의 여력이 충분한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청년들에게는 역으로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 물량…없는 물량 쪼개는 ‘조삼모사’ 비판도
그런가하면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별공급 기회 확대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돌아간 물량은 약 6만세대로 추산됐다. 이를 기준으로 30%를 1인가구와 딩크족을 위한 추첨제 물량으로 돌릴 경우 약 1만7천세대 가량이 추첨 물량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점점 감소하고 있는 주택공급 추이를 고려하면 특공물량이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 인허가 건수는 주택 공급의 대표적인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주택은 인허가-착공-분양-입주 순으로 약 3~5년간의 사이클을 거쳐 공급된다. 따라서 인허가의 감소는 향후 착공과 분양, 입주 물량의 감소로 이어져 향후 주택공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5년간 주택 인허가 수를 살펴보면, 2017년 65만3441건, 2018년 55만4136건, 2019년 48만7975건을 거쳐 지난해 45만7514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는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수많은 지적에 따라 급하게 실적 확대에 나섰지만, 기존 문재인정부의 인허가 실적을 고려하면 향후 3년 이상은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대대적인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LH 사태를 비롯한 내부 비리와 공공재개발 사업지 주민들의 반발로 벽에 부딪힌 상태다.
또 이번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추첨 도입으로 기존 특공 대기 수요자의 청약기회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기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대기수요자 청약 기회의 일부 축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인정했다. 이번 대책이 자칫 ‘조삼모사’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신혼·생초특공 추첨제 도입은 현행 청약사각지대의 개선을 위하여 필요 최소한 규모로 도입되는 것으로, 향후에도 정부는 기존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청약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지만, 기약 없는 기존 공급계획에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3080+ 등 도심 주택공급 대책들이 계획대로 이뤄지더라도 최소 3~4년 이상의 딜레이는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런 부분들을 달래기 위해 나온 것이 사전청약 제도였다”며, “이번 청약제도 손질 또한 청장년 수요층들의 추격매수 심리를 누그러뜨리고 그 사이 공급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이미 부동산대책에 대한 정부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만큼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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