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리테일 상품 비대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예·적금이나 펀드, 신용대출은 물론 등기 절차 등의 문제로 100% 비대면이 어려웠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로 받을 수 있도록 재정비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2019년 8월 모바일뱅킹 원(WON)뱅킹을 출시한 이래 비대면 특화상품 원통장, 원적금, 원예금, 원신용대출, 모이면 금리가 올라가는 예금 등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통합 신용대출 ‘우리 원하는 직장인 대출’을 선보였다.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과 손잡고 선보인 ‘우리 200일 적금’도 우리원뱅킹에서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의 일일 납입 한도는 3만원으로 매일 자동이체하거나 지정 계좌의 일정금액 미만 잔액을 매일 자동입금하는 방식 등으로 가입할 수 있다. 금리는 기본금리 0.8%에 우대금리 1.3%포인트를 더해 최대 연 2.1%다. 적금가입을 100일까지 유지하면 0.4%포인트, 200일까지 유지하면 0.4%포인트, 우리은행 오픈뱅킹에 타행계좌를 등록하고 유지하면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의 비대면 거래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신용대출 비대면 판매 비중은 최고 70~80%대에 달했다. 상품 가입 10건 중 7~8건 이상이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이뤄진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리테일 부문에서 비대면 판매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주담대 상품까지 100% 비대면화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4일 영업점 방문 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바일로 가능한 비대면 주담대 상품 ‘우리원주택대출’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은행권 최초로 담보물과 자금 용도에 상관없이 대출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기존에도 은행마다 비대면 주담대 상품은 있지만 100% 비대면은 아니었다. 금리·한도 조회와 신청, 서류 작성까지만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고 행정정보 열람동의서 작성이나 근저당권 설정계약서 등 등기 절차를 위해 영업점 방문이 필요했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8월 제출서류를 등기권리증(토지, 건물)과 소득증빙서류 두 가지로 간소화한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출시했지만 아파트에 대한 대환대출만 가능해 기존 주담대와 차이가 있었다.
시중은행들이 100% 비대면 주담대 출시에 분주한 것은 비대면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비대면에 특화된 인터넷은행의 도전에 맞서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100% 비대면 주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척하고 기존 금융회사들이 상상하지 못한 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라며 “연내에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출시하겠다”고 밝혀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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