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과 금융지주에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한 조치가 이달 말 종료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은행권은 중간배당 또는 분기 배당실시 여부와 배당 수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은행권에 배당(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선제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금융위는 주요 기관에서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는 등 자본관리 권고 실시 당시와 비교해 실물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자본관리 권고를 예정대로 종료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또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가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면서도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배당축소 등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웃도는 등 손실흡수능력이 제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든 은행과 은행지주가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5~6월 은행지주 8곳(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과 국내 지주회사 소속이 아닌 은행 8곳(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모든 시나리오(악화·심각)에서 전 은행과 은행지주가 배당제한 기준 규제비율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7%, 기본자본비율 8.5%, 총자본비율 10.5%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D-SIB)의 규제비율은 각각 8%, 9.5%, 11.5%다.
지난 1월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는 L자형 시나리오(장기침체)에서 상당수 은행과 은행지주가 규제비율을 충족하지 못했다.
자본관리 권고 종료에 따라 다음달 1일 이후 은행권은 자율적으로 배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올해의 경우 은행권이 배당 실시 여부와 수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주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충분한 자본확충 필요성이라는 양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 배당 수준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위 위원들의 의견이다. 예시로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평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참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연도인 2019년 은행권의 평균 배당성향은 26.2%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위 의견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은행권은 중간 또는 분기배당 수준 등을 결정할 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의 배당성향 수준 등을 참고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배당제한이 아니라고도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평상시에 은행권의 배당은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금융위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 확보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배당 수준 등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금융위 차원의 의견 표명이고, 은행권이 금융위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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