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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소송 장기화…해법 없나

기사입력 :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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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촉각’
폭스바겐, 자체생산…국내기업 악재

LG·SK, 배터리 소송 장기화…해법 없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이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갈등은 더욱 격화된 모습이다. 그사이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등 업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 바이든 입에 달렸다

ITC는 지난 2월 10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10년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TC 최종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거부권을 발동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50년간 6번 나왔다. 대부분 미국 산업에 유리하도록 자국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권 분쟁에서 승리했음에도 애플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을 풀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11일까지 LG와 SK간 배터리 분쟁에 대한 최종판결을 검토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사건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인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 나섰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지난 11일 “(LG가 요구한 합의금이) 미국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저하게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이라면 수용 불가”라고 했다.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바이든 거부권’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김종현닫기김종현기사 모아보기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 연방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외부 투자자가 SK 공장을 인수한다면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양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한 신경전도 주고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투자 계획 등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미국 시장에서 당사를 축출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고객들과 조지아주가 어떤 불이익을 받는 것도 원치 않기에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SK측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중국간 긴장 상태를 고려하면 향후 양국기업 분쟁을 대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조지아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 양사간 배상금 시각차 커


바이든 대통령이 SK 손을 들어주더라도 모든 사태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10년 수입금지’ 명령을 되돌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양사간 배상금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이상,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앞서 LG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이 시작된다. 법적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양사 소송 비용은 계속 추가된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제기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도 남았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침해에 따른 피해가 미국에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유럽, 한국 등 다른 지역 내 추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SK이노베이션을 압박하고 있다.

◇ 급변하는 배터리 판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여파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초 이번 소송도 폭스바겐을 향한 양사간 배터리 수주전에서 비롯했다.

2018년 9월경 폭스바겐은 2021년 미국에서 출시할 전기차 플랫폼 MEB 신차(ID.4)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택했다.

폭스바겐의 유럽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입찰 경쟁에 참여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LG화학은 “경쟁사가 저가수주를 하고 있다”고 에둘러 비난한 후 ITC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이후 2년여가 지난 현재 전기차 시장 판도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차 제조비용 40~5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전략을 내놓는다.

폭스바겐과 테슬라는 중장기적으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유럽 정부와 스웨덴 노스볼트 등 현지 배터리기업과 협력해 2030년까지 유럽에 총 6개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6개 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은 240GWh로, 작년말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120GWh)의 2배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소송에 의해 미국사업 차질이 생긴 폭스바겐이 이를 계기로 자체생산으로 급격히 사업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시기상으로는 의심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다만 폭스바겐은 과거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내재화 의지를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그간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 배터리기업의 성장세도 무섭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CATL은 올 하반기 독일에 해외 첫 생산기지를 가동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는 세계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며 “한국기업이 소송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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