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수합병(M&A)를 중단한 대신 꺼내든 카드는 네이버와의 혈맹이었다. 네이버와 CJ그룹은 지난해 10월 상호 지분 투자를 결정하고 6000억원대 주식을 교환했다.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K콘텐츠 및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 이커머스 혁신을 위한 e-풀필먼트(e-fulfillment) 사업 공동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었다. 이 주식 교환으로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CJ ENM의 3대 주주,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가 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CJ그룹과의 파트너십은) 쇼핑과 결제, 물류로 이어지는 흐름에 완결성을 더하고,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협업은 주로 콘텐츠와 커머스 부문 전방위에 걸쳐 진행될 전망이다.
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네이버는 CJ ENM이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결합상품을 내놨다. 월 4900원을 내면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해주는 네이버의 유료 회원제 ‘네이버 멤버십’에 CJ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티빙’ 서비스를 추가한 상품이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웹툰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쿠키 49개, 영화 1편 무료 쿠폰, 콘텐츠 체험팩 등 중에서 1가지 콘텐츠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콘텐츠 혜택 선택지에 이날부터 티빙 OTT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다. 티빙은 네이버 고객 유입을, 네이버는 ‘락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는 올해 이 같은 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올해 브랜드사들이 CJ대한통운을 선택해서 조금 더 많은 상품이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물류 관련 기술개발에도 상호 협력해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재고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한층 정교화해 스마트 물류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 멈춘 성장, 인사 쇄신으로 극복…계열사마다 상황 달라
최은석닫기최은석기사 모아보기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은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 대표는 그룹 내 재무·전략통으로 꼽힌다. 2004년 CJ에 합류해 CJ GLS와 CJ대한통운을 거쳐 지난해부터 지주사에서 인수합병과 미래 사업 전략 등을 수행했다. CJ제일제당과 미국 냉동식품기업 쉬완즈의 인수, 네이버와의 공동지분교환 역시 최 대표가 이끌었다. CJ 지주에서 활약하던 최 대표의 제일제당행은 ‘경쟁력 강화’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CJ제일제당은 코로나로 인한 내식 증가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식품 부문의 비비고 사업 확대와 새로 진출하는 화이트 바이오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데 최 대표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을 이끈 강신호 대표는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CJ대한통운은 코로나로 물류 실적이 껑충 뛰었지만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 문제와 관련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강 대표는 이를 해결해야 할 숙제로 안게 됐다. 지난해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룬 CJ ENM 대표에는 검사 출신인 강호성 총괄부사장이 내정됐다. 대표 취임 이후에는 투표 조작 사건에 대한 소송 대응과 실적 악화 해결에 주력할 전망이다.
허민회 CJ ENM 오쇼핑부문 대표는 CJ CGV 대표로 옮겼고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간 허 대표는 경영이 어려운 계열사에 투입돼 정상화를 끌어내는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1년 말 CJ푸드빌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1조원대 매출을 거두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일화도 있다. 현재 CJ CGV는 코로나19 이후 관객 감소로 직격타를 맞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출점 계획 전면 수정 등 극단적인 자구책을 시행 중인 CJ CGV가 올해 현금 흐름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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