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이 3년여 간의 공백을 깨고 2017년 5월 경영에 복귀 이후 발표한 ‘그레이트 CJ’ 구호는 2019년부터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식품·물류 등의 사업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몸집을 불렸지만 차입금 부담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하자 그룹 비전을 전면 수정했다. 계열사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부동산과 사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2013년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6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건강 회복 후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 이상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 전략을 추진했다.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의 분야에 M&A를 포함해 총 36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내놨다. 장기 목표로는 2030년까지 3개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 베스트 CJ’ 비전을 제시했다. 1년여 간 건강 회복에 집중하는 사이 CJ그룹의 밑바탕을 그렸던 셈이다.
2017년 당시 CJ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6조9000억원 규모로 ‘매출 100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3년 만에 매출을 3배 넘게 끌어 올려야 했다.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6월 브라질 사료 기업 셀렉타를 3600억원에, 2018년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 쉬완스를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쉬완스 인수는 CJ그룹 역사상 가장 금액이 큰 M&A여서 재계는 물론 국내외 식품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11월 CJ그룹은 임직원에게 “2020년 경영을 대비해 그룹에서는 비상경영 체제로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위기감을 공유했다. 이 회장이 ‘내실경영’ 카드를 꺼내들자 계열사들은 M&A를 잠정 중단하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했다. 2년 만에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 재무부담에 인수합병 잠정 중단
2019년 말부터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CJ E&M에 매각하고 토지와 건물의 유동화를 진행했다.이렇게 마련한 금액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빠르게 재무 부담을 완화한 결과로 한기평은 지난해 6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2020년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6조755억원, 순차입금 비율은 59%까지 줄어든 상태다.
재무부담을 가중시킨 인수합병이었지만 슈완스컴퍼니(슈완스)는 CJ제일제당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주력 사업인 식품사업부문에서 8조9687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그 가운데 슈완스 매출(2조322억원)은 31%를 차지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부담 완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한류의 세계화’를 위해 키우던 CJ CGV와 CJ푸드빌에게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고 고강도 긴축경영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CJ CGV는 해외 극장들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몸집을 키워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지난해 39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투썸플레이스,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하나씩 매각하고 있다. CJ푸드빌은 2015년 이후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CJ푸드빌의 매출은 2017년 1조4275억원에서 2019년 8903억원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각각 38억원, 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부터는 신규 투자 중단, 고정자산 매각 등 긴축경영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속된 사업 부진으로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의 통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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