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쌍용차의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요구받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자금 지원과 관련해 회생계획안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달 28일 35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 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열고 P플랜(단기 법정관리·Pre-packaged Plan)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P플랜은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정식 회생 절차 개시 전 사전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결의해 인가해주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방식의 회생 절차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쌍용차는 이달 중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오는 4월 말까지 P플랜을 끝낸다는 목표다. 쌍용차의 P플랜에는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를 대상으로 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의 지분을 감자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HAAH오토모티브가 대주주(51%)로 올라서게 된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현재 74.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은은 쌍용차의 P플랜 진행 여부에 대해 HAAH모티브가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잠재적 투자자는 지난달 중순 방한 이후 쌍용차의 자료 제출이 늦어짐에 따라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못하고 출국했다”며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산은의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쌍용차와 잠재적투자자가 협의해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면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집행 이행, 쌍용차의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확인한 후 P플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약 신규 투자유치에 실패하거나 사업 타당성 미흡으로 P플랜 진행이 불가하면 통상의 회생 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며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를 통한 정상화 추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유치 계약 무산 시 계획에 대해서는 “대주주 및 회사가 스스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 경영상황을 감안하면 대주주의 신규투자 또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산은 회장이 쌍용차 노조에 요구한 흑자 전 쟁의 행위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등 지원 전제 조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쌍용차 노사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성 판단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부문장은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산은이 조기에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쌍용차의 부실화 원인은 대주주 마힌드라의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왜 산은의 책임인지 반문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P플랜이 진행될 시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대주주이자 채권자로서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과거 한국GM 지원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질문에는 “한국GM은 대주주인 미 GM본사로부터 64억달러 지원 및 신차 배정을 약속받는 등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확보함에 따라 2대 주주인 산은도 7억5천만달러를 지원한 것”이라며 “쌍용차는 자체 경쟁력이 열위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책임있는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고 제3의 잠재적 투자자 또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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