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몸집 불리기 경쟁…실적 면에서 CU 앞서는 GS25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월별 점포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다. 대외적인 출점 경쟁을 꺼리는 모양새다. 몸집 불리기보다 내실 경영과 점포당 매출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자율 협약 이후 점포 수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업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는 전반적인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는 2018년 12월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지역별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와 같은 50~100m로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마련하고 현재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점포 수를 공개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것일 뿐 영업적 측면에서 신경을 쓰는 상태인 건 여전해 보인다. CU의 운영사 BGF리테일은 지난달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해외점포(몽골) 102개를 포함한 CU의 전체 점포가 1만5000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GS25의 점포 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올해 3분기 IR 자료에서 편의점 부문에 대해 “2020년 연간 점포 출점은 목표했던 수준으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분야다. 2013년만 해도 2만4859개였던 국내 편의점 수는 지난해 4만672개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을 정도다. 성장하는 업종에서 점포 수는 업체의 외형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올해 실적이 그나마 선방한 편의점 업계도 일부 점포들은 코로나19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학교와 학원 주변가, 유흥가에 위치한 점포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GS25와 CU는 이를 계기로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외출을 꺼리는 대신 배달 주문이 급증하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포털과도 적극 제휴, 도보 배달 등을 도입하며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이다.
CU는 지난 3월 시작한 네이버 스마트주문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소비자가 네이버 스마트 주문에서 결제하면 반경 1.5㎞ 이내의 CU 점포에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지난달 네이버를 통한 CU 배달 주문 건수는 도입 당시인 3월보다 316.9% 늘었다. CU 관계자는 “CU 전용 앱을 설치하지 않고 네이버 검색만으로 배달 주문을 할 수 있다”며 “최근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네이버페이를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배달 앱을 통해서는 고객들이 등록된 편의점 점포에서 물품을 고르면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GS25와 CU는 고객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두 회사의 적 또한 배달 앱이 됐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소규모 생필품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들이 생필품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업계에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 편의점은 핵심 사업, 성장 동력 확보에 분주
GS25와 CU는 각각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핵심 사업이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내년 전략으로는 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채널 구축 작업과 리테일 테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허연수닫기허연수기사 모아보기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내년 7월 GS홈쇼핑과의 합병을 앞두고 온라인 강화를 위한 인프라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GS리테일은 KT, 신한카드 등과 굵직한 MOU를 통해 리테일 기술 확보에도 공들이고 있다. GS25가 가진 소비자 구매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편의점 사업을 진보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와는 고객 구매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섰고, KT와는 온·오프라인 물류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류 운송 최적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U는 상품력과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정기 인사와 함께 이뤄진 조직 개편에서는 상품혁신 TF(태스크포스)팀 신설과 함께 해외사업실 조직 강화 등 대외 환경 변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었다. 해외 진출은 BGF그룹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신남방 국가(아세안 10개국 및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신규 해외사업 검토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는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닫기홍정국기사 모아보기 BGF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홍 대표는 2013년 BGF그룹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 경영전략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 사업에 참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홍 회장과 어머니 양경희씨 지분을 각각 9%, 0.51%를 넘겨받으면서 2대 주주자리에 올랐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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