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집 불리기 가능한 ‘오픈마켓’
오픈마켓은 ‘판매 품목 수가 곧 경쟁력’인 이커머스 기업들이 볼륨 확장 방법으로 선택하는 사업이다. 오픈마켓은 제3자인 판매자가 이커머스에 입점해 물건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커머스는 판매자들에게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판매자들은 자신이 팔 수 있는 물건을 등록해 매출을 내고 수익을 얻는다. 관련 업계에서 판매자들은 ‘셀러(seller)’라고 불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서 오픈마켓은 소비자들을 묶어둘 유인책이 된다. 찾는 상품이 없거나 상품 종류가 적을 때 소비자들은 다른 쇼핑몰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기업이 검증한 협력업체 제품을 직접 사들여 판매하기는 물품 수 확장에 한계가 있기에 판매자들을 플랫폼 안에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통해 사업 외연을 대폭 확장할 수 있었다. 오픈마켓은 전속 판매 제한을 두진 않는다. 판매자 한 명이 다수의 오픈마켓에 물건을 올려둬 판매 활로를 넓히는 방법을 쓴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커머스 태동기에는 미온적이었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다가 자칫 기존 오프라인 점포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딜레마, 이커머스와의 가격 경쟁, 대규모 투자 부담 등 많은 고민에 출발이 늦어졌다. 온라인·모바일 유통 시장이 부상하자 뒤늦게 플랫폼 구축부터 뛰어들었다. 롯데온과 쓱닷컴이 그 결과물이다. 롯데는 온라인 사업을 계열사별로 맡아왔지만 롯데온을 중심으로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고, 쓱닷컴 역시 백화점과 이마트 온라인 사업부를 분할·합병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쓱닷컴은 직매입과 자체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이마트몰을 운영하면서 새벽배송 체계까지 구축했다.
이들 플랫폼은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 회장과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각별한 사업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올해 초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물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고 말했고, 정 부회장도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공평동 SSG닷컴 본사에 마련해 관련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 판매자 관리가 핵심…롯데온은 관련 기술 자체 개발
오픈마켓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판매자가 사기 피해를 유발하거나 판매 물건의 품질 저하 우려가 있어서다. 허위 물건을 올리고 직거래를 유도한 뒤 가짜 결제 페이지에서 결제하게 하거나 무통장으로 대금을 입금받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판매자들 때문에 최근 몇몇 오픈마켓들은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그간의 경험과 누적 데이터를 토대로 셀러의 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오는 한편 이를 최대 과제로 삼는다. 소비자 신뢰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이 오픈마켓을 멀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롯데온은 오픈마켓에 ‘불량 판매자’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는 자체 개발한 ‘온 픽’(On Pick) 지수를 이용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쓱닷컴은 오픈마켓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과 관련 정책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업을 더욱 확장하려는 흐름은 감지된다. 지난달 이마트 부문 인사에서는 강희석닫기강희석기사 모아보기 이마트 대표를 그룹의 이커머스 자회사인 SSG닷컴 대표에 겸직하게 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외부에서 영입된 유통 전문가다. 강 대표의 겸직으로 그룹 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의 입지가 공고하고 컬리와 네이버 등 업종을 불문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등장한 사업자들도 많아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유통 대기업들이 연일 이커머스 플랫폼 강화 행보에 나서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이나 네이버, 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과 비교해봤을 때 소비자 친화도가 낮아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이나 쓱닷컴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결제 시스템 등 미비한 점들이 아직 남아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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