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는 진라면을 앞세워 라면 시장 1위를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라면은 신라면으로, 지난 1991년 우지파동을 겪은 삼양라면으로부터 1위 자리를 빼앗고 29년째 왕좌를 지켜왔다. 이런 가운데 2위 진라면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라면 왕좌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오뚜기 라면의 성장세는 최근 들어서 다소 주춤한 상태다.
최근 5년간 오뚜기 라면의 시장점유율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AC닐슨 등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오뚜기의 시장점유율은 판매 수량 기준 19.3%였다. 그 후 2015년에는 24.5%, 2016년 25.6%, 2017년 25.8%, 2018년 28%로 매년 상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7.7%를 기록했다.
업계 1위 농심 라면의 점유율을 오뚜기가 조금씩 앗아온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 사업보고서를 보면 농심 라면의 2014년 시장점유율은 판매액 기준 64.3%으로 시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지만, 이후 매년 하락세를 걷고 있다. 2015년 61.5%, 2016년 55.2%, 2017년 56.5%, 2018년 54%, 2019년 54.4%를 기록하다 올 상반기에는 55.3%까지 내려왔다.
비결은 가격 경쟁력과 ‘갓뚜기’(GOD+오뚜기)로 대표되는 기업 이미지다. 오뚜기는 ‘저가 전략’으로 라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뚜기는 2008년 4월 한 차례 가격 인상 이후 12년간 가격을 동결했다. 지난 15일 기준 쿠팡에서 진라면 봉지면은 이마트몰에서 5개 기준 2750원으로 개당 550원에 판매된다. 신라면 봉지면은 5개에 3380원으로 개당 100원 이상 비싼 676원이다. 신라면보다 진라면이 한 봉지당 126원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수년째 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전형적인 ‘2인자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함영준닫기함영준기사 모아보기 오뚜기 회장은 2016년 아버지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 15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의무가 발생하자 이를 성실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담이 퍼져나가며 10~20대와 1인 가구 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 갓뚜기라는 별명도 생겼고, 라면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다른 관계자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라면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오뚜기 라면 간판 ‘진라면’ 꾸준한 인기 비결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3월 출시된 진라면은 개발 당시 깊고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뚜기는 진라면의 맛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했다. 2005년 이후 수 차례의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기존에 없던 쇠고기맛 플레이크, 당근, 대파, 버섯 등 건더기 양을 늘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운맛을 내기 위해 연구한 결과 하늘초 고추를 사용해 진라면의 매운맛을 강화하면서도 국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면수프의 소재를 다양화하는 데 집중했다.
◇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가능한 가격 동결
라면 가격 동결은 오뚜기가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오뚜기는 라면과 국수, 당면이 포함된 ‘면류’ 외에도 마요네즈와 케첩류, 참기름 등 건조식품류나 카레와 짜장 등 3분 요리와 레토르트 시리즈, 밥과 참치 등 농수산가공품류 같은 다양한 식품 품목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같이 비(非)라면 사업이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면류 사업에서 수익성이 낮더라도 메울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로 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 매출이 껑충 뛰었다. 올 들어 쿠팡 등 이커머스 채널에서 판매되는 진라면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아울러 분식집, 식당 등 음식점에서의 영업 강화로 업소용 라면 매출이 전년보다 4.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 시장 점유율 상승세가 주춤하다. 지난해 27.7%로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지난 5월 26.4%로 1.3%포인트가 빠졌다. 최근에도 25~26%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다가오는 여름철에 팔도의 점유율이 올라갔고, 영화 ‘기생충’의 성공으로 농심 라면에 우호적인 요소가 반영된 결과라는 오뚜기의 설명이다.
국내외 내식 수요 확대로 인해 최근 오뚜기 매출은 껑충 뛰었다. 오뚜기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28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고 영업이익은 1101억원으로 2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라면과 당면, 국수 등 면류 매출은 385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중에서 30% 정도다.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오뚜기 연간 매출액 2조5408억원, 영업이익 187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26.1% 증가한 수치다. 라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수익성 개선에 훨씬 도움이 될 테지만, 내년에도 가격 동결을 이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재로선 라면 가격이 인상될지 동결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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