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재철' 시대 첫발을 내디딘 동원그룹의 어깨가 무겁다.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이 해외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일념으로 2020년 매출 20조원, ROE(자기자본이익률, Return on Equity) 2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아직까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톤 이어 받은 김남정 부회장…M&A 경력 다수
지난해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김재철 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이후 동원그룹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김 명예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은 김남정 부회장은 올해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펼칠 예정이다.
아쉽게도 김 명예회장의 비전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조370억원, 당기순이익 1636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3조에 미치지 못하던 매출은 두 배 이상 성장했으나, 매출 20조원, ROE 20%(3분기 기준 7.9%)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동원그룹의 이 중장기 목표 부담은 김남정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김 명예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듯하나, 사실상 4~5년 전부터 동원그룹의 굵직한 실무는 모두 김 부회장이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온라인 반찬 간편식 제조업체 더반찬과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주도했다. 2017년엔 두산생물자원 지분 100%를 인수하며 사료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이어 7월에는 두산생물자원과 사료 계열사인 동원팜스를 흡수합병했다.
◇매출 20조 달성 목표…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
김 부회장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올해부터 수익성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포장재 사업 등에 집중하고,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은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지주사로 두고 있는 동원그룹은 해양·물류사업, 식품가공·유통사업, 포장재·건설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각 사업분야의 대표 계열사인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는 각각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동원그룹의 3개 사업 축은 최근 몇 년간 정체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어획량, 단가에 따라 부침이 심한 동원산업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9%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뒤 2018년엔 7%대로 쪼그라들었다. 동원F&B은 더반찬 인수 후 HMR(가정간편식)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나, 2015년 4%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전망이 밝은 곳은 포장재 사업 부문이다. 동원시스템즈는 2018년 7.7%까지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9%대로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동원시스템즈는 음식료, 화장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에 사용되는 포장용기 대부분을 제조하는 업체다.
동원그룹이 본격적으로 포장재 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2013년 대한은박지를 인수해 사업 기반을 갖춘 뒤, 이듬해 한진피앤씨, 탈로파시스템즈, 핵심 자회사인 테크팩솔루션을 차례대로 인수했다. 2015년엔 베트남 생산법인 TTP, MVP를 인수했다.
국내의 경우 과거 대비 캔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성장이 주춤하나, 해외법인의 고마진 포장재 수요가 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동원시스템즈는 소비재 시장이 성장세인 동남아시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00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전반적인 매출 목표 수준은 2009년 제시된 것과 지향이 같다"며 "수익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도 활발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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