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경쟁자’ BBQ와 bhc치킨의 다툼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상대 기업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공방전을 이어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 업계 ‘2위’ 쟁탈전…맏형이냐 후발주자냐
BBQ와 bhc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현재 업계 1위는 교촌치킨이다.
두 기업의 갈등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BBQ는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에 매각했다. 당시 BBQ는 bhc 몸값을 높이려고 경기 광주시 물류센터를 함께 팔았다. 계약 기간만 10년 이상인 물류용역계약과 상품공급계약도 맺어줬다.
그러나 지난 2017년 4월 BBQ는 신메뉴 개발정보 유출 등을 근거로 bhc와의 물류용역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6개월 후엔 상품공급계약도 깼다. 이에 bhc는 소송으로 맞섰다.
BBQ 관계자는 “bhc가 우리 정보통신망에 몰래 들어와 영업비밀 자료를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버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한 결과 상당한 양의 자료가 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체 피해 산정액은 7000억원인데, 우선 100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며 “추가로 소를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bhc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bhc 관계자는 “이미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나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BBQ가 같은 사안으로 전·현직 임직원을 고소했지만, 수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7월 BBQ는 bhc로부터 물류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자사의 신메뉴 출시, 사업 계획서, 마케팅 자료 등이 유출됐다며 bhc의 전·현직 임직원을 형사고소하고 상품공급 계약을 파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2013년 bhc 매각 과정에서 핵심 인사였던 박현종 bhc 회장(당시 전무)이 가맹점포수를 과다 산정해 BBQ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박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고소했다.
이에 bhc는 즉시 BBQ에 대한 2000억원대의 물류용역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 2월에는 “BBQ가 10년간 소스 등을 bhc로부터 공급받겠다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5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가맹점주와의 갈등 화합 올해 주요 변수
공교롭게도 BBQ와 bhc는 원자재 가격 등 문제를 놓고 가맹점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017년 bhc 가맹점주들은 점주협의회를 결성하고 본사의 공급가 조정을 수차례 요구했다. BBQ 또한 지난 10일 가맹점주협의회를 발족했다.
최근 출범한 ‘전국BBQ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에 △판촉행사 부대비용, 시행방법, 규모 등 협의회 측과 협상 △가맹점 동의절차 없는 전단, 오일 등 부재료 밀어넣기 중단 △본사 친위조직의 가맹점주 이간질 및 단체 결성 방해공작, 보복조치 중단 △보복성 점포점검 중단 △가맹 계약 갱신 빌미 20평 이상의 매장 리뉴얼 강요행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중요한 내용은 이미 2017년 초 BBQ 본사가 대정부·대국민 약속으로 제시한 것이다. 제너시스BBQ 측은 당시 치킨값 인상과 철회를 번복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거래행위 현장조사까지 진행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적인 기업정책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9개 항목을 제시했다.
당시 발표된 동행방안은 △가맹점과의 동행위원회(이하 동행위)설치 △필수품목 최소화 및 마진공개 등 투명한 정보공개 △성과공유를 위한 패밀리주주제도 도입 △인테리어 자체공사 전면수용 및 디자인개발비 감리비 현실화 △본사 내 자체 패밀리 분쟁조정 위원회 설치 및 운영 △복지 사각지역에 패밀리와 함께 하는 치킨 릴레이 실시 등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BBQ 치킨릴레이 외에는 이행된 약속이 없다고 협의회 측은 꼬집었다. 현재 본사가 2기까지 운영중인 동행위는 점주들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는 요식적인 협의기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손영식 협의회 공동의장은 “협의회는 크게 많은 걸 본사에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본인들이 얘기한 이런 약속(2017년 동행방안)이라도 지켜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계약 유지 가맹점주에 대한 해지 통보 철회도 촉구했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자는 계약 기간 10년이 지날 경우, 본사에 의해 일방적인 가맹 해약을 요구받더라도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
BBQ는 본래 3년 기본단위 계약 이후 2년 마다 계약 갱신을 해왔는데, 이는 지난해부터 1년 단위 갱신으로 바뀌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10년 독소조항은 오랫동안 가맹계약을 유지하는 가맹점주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hc 가맹점주협의회도 지난해 내내 본사와 전쟁을 벌였다. 점주협의회와 본사의 갈등이 심각하자 일부 가맹점주는 브랜드 이미지가 쇠락하게 됐다며 단체행동을 멈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bhc 점주협의회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로부터 광고비 약 204억원을 수령했지만, 실제 집행된 내역은 17억원에 불과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2만원대에 구매한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가맹점에 6만원대로 되팔았다며 납품가와 공급가 간 차액도 편취했다고도 주장했다.
전국bhc가맹점협의회 관계자는 “이번에 형사 고발한 내용에 대해 그동안 bhc 본사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차례 명확한 근거에 기초한 답변사항을 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어떠한 답변이나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bhc본사의 답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질의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색 메뉴·매장 도입으로 젊은세대 공략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판단한 두 기업은 지난해 이색 신메뉴 개발 및 직영 매장 확대 등을 시도했다. 올해는 공격적인 해외 진출도 이어갈 전망이다.
bhc는 지난해 5월 소이바베큐 치킨, 9월 치하오를 선보였다. 2017년 5개 메뉴를 개발한 데 이어 신선한 메뉴 개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매년 2개 신제품 출시’는 가맹점과의 상생협약 조항이기도 하다.
특히, 치하오는 중국 사천요리 스타일로 새콤 매콤한 바삭함이 잘 조화 된 에스닉푸드 개념을 도입한 첫 메뉴이다. 에스닉푸드는 민족을 뜻하는 ‘에스닉(ethnic)’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의 합성어로 독특한 맛과 향의 이국적인 음식을 의미한다.
bhc치킨은 ‘치하오’ 출시로 에스닉푸드 치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맛 트렌드를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치킨업계에서 신메뉴 개발은 타 외식업종에 비해 한계가 있지만 뿌링클 출시 이후 신메뉴 개발 붐이 일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라며 “이번 신메뉴가 업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며 가맹점 매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BBQ는 치킨을 가족 외식 주 메뉴로 격상시키고자 신개념 매장을 도입했다. BBQ는 지난해 9월 대치동에 ‘BBQ치킨 레몬’ 1호점을 열었다. 20~30대 젊은 층, 주부를 타깃으로 한 이색 매장이다. 치킨을 외식 메뉴로 승격한다는 개념은 기존의 ‘BBQ 카페’와 동일하나 목표 고객을 세분화해 공략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BBQ치킨 레몬’은 숙명여대 산학연구단의 브랜드 전문가 집단과 신라호텔 출신의 최유강 셰프가 기획·개발의 전 단계를 함께 했다. 이러한 색다른 시도는 메뉴 구성에도 잘 나타나 있다.
기존의 치킨 매장이 프라이드와 양념 치킨 등에 한정돼 있는 것과 달리 ‘북경치킨’, ‘청양고추 유린기 치킨’ 등 프리미엄 레스토랑에 걸맞은 메뉴로 구성했다.
고객층에 따라 세분된 메뉴 구성도 눈여겨 볼 만하다. 브런치를 선호하는 주부나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다양한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류와 시리얼 세트를 내놓는다. 고객이 직접 치킨에 양념을 뿌려 흔들어 먹는 ‘쉐킷쉐킷(shake it, shake it) 치킨’과 ‘감자 샌드위치’ 등 초중고교 학생들을 겨냥한 테이크아웃 메뉴도 눈길을 끈다.
BBQ는 대치본점을 시작으로 ‘BBQ치킨 레몬’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치킨 레몬’ 매장을 열려면 최소 40평은 돼야 한다.
전국에 이러한 조건을 갖춘 BBQ 매장은 약 30개 수준이다. BBQ 관계자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새롭게 오픈하는 가맹점에 신모델을 우선 적용하고, 기존 가맹점 역시 순차적으로 개편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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