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환경이슈에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SK그룹의 더블바텀라인(DBL)을 사업 전반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만 유럽, 중국, 미국 등 해외 생산거점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연내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충남 서산 제2배터리 공장이 본격가동에 나서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연 4.7GWh로 늘어난다. 이어 2020년 중국 공장, 2022년 헝가리 공장이 완공되면 20GWh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지난 6월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위한 TF’를 발족하고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최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고결정성 폴리프로필렌(HCPP)을 개발했다. 자동차 범퍼나 대시보드 등 내·외장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다.
자동차가 가벼워지면 연비 개선과 배기가스 감소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에 따르면 이산화탄소(CO2), 질소산화물(NOx)을 각각 4.5%, 8.8%씩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 ‘혁신’ 밑바탕, 기존사업·경영철학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인 석유부문도 환경규제에 대응해 경제적가치 창출을 위해 나서고 있다.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 연료류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예고했다.
정유업계는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고유황연료유(HSFO) 비중을 줄이고 저유황연료유(LSFO)나 고품질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도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지난 2010년부터 운영중인 LSFO 사업인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규제라는 국제 사회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규 시장을 개척할 기회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2017년 말, 총 1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디젤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비다. 2020년 설비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의 저유황유 공급자로 도약하게 된다.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20일 울산콤플렉스(CLX)를 방문해 “각종 환경 규제가 도약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SK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김준 사장의 발언은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회장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딥 체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경영 전반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7~19일 제주에서 열린 SK CEO세미나에서 “그동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거나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혁신하는 것이 딥 체인지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사업의 실적 호조도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 8516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보다 103.2%나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 흐름도 나쁘지 않다. 지난 9월 증권업계는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을 68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PX 스프레드가 급등하면서 업계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10월 이후 새로운 전망치를 내놓은 9개 증권사 평균은 8098억원에 달한다.
미국 허리케인 하비의 반사이익으로 9636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에 미치지 못한 수치지만, 분위기 반등에 성공하며 3년 연속 영업이익 3조 달성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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