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KB금융에 따르면 KB노조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전날 주주자격으로 이사회에 주주제안서를 전달했다. KB노조는 KB금융 주식 0.4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우리사주조합이 6개월 이상 보유한 지분 0.18%에 해당하는 주주의 위임장을 받았다.
KB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주총 의결 요건인 의결권주식 수 25% 이상, 참석주주 50%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당시 출석한 주주의 17.61%만이 사외이사 안건에 찬성했다.
이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반대 권고 영향이 컸다. ISS는 글로벌 주총 안건 분석 전문기관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전체 지분의 68%를 차지하는 KB금융의 구조상 해외 의결권 분석사의 입김에 취약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기관"이라며 "외국인 주주들은 ISS 권고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을 받은 권 교수는 정당 활동 이력이 없다. 학술 외 활동으로는 행안부・기재부・고용노동부 등 정부 자문위원 활동, 참여연대・한국노총・금융노조 등 노사관계 기관에서 위원 활동을 했다. 특히,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기업지배구조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KB노조는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CGS는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9.79%)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다. CGS는 지난 임시 주총 당시 대외적으로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에 반대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CGS 고위 관계자는 "노조가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게 되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할 것이므로 다른 주주에게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노동이사제를 긍정하는 분위기 역시 KB노조 안건에 힘을 싣는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일부였다. 또,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민간 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간 심도 있는 논의 후 도입을 적극 검토하도록 권했다.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사외이사는 혜택이 비용보다 너무 크다"며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면 (이사회에) 신선한 보이스를 가진 사람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국내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와 노동이사제 중 어느 것이 먼저 도입되는 게 나은지를 묻자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좀 더 포괄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노조원이나 외부 전문가 등 누구든 추천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유연성이 있다"며 "초기에는 한국에 노동이사제보다 이렇게(근로자 추천 이사제로) 가는 게 괜찮다"고 평가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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