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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상통화 현장점검…금융위 "취약점 많이 발견"

기사입력 : 2018-01-23 16:31

(최종수정 2018-01-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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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 위험 인식 충분치 않아"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 결과 브리핑에서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에 많은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금융거래가 많은 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비정상적인 자금운영으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의심거래에 해당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거래들에 대해 은행들의 의심거래 보고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자료=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자료=금융위원회
우선 일반 법인계좌 이용 관련된 부분이 지적됐다.

가상화폐 취급업소는 일반적으로 은행에 별도의 모계좌를 지정해 가상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직접 집금한다. 그러나 일부 취급업소는 은행에 개설된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집금하고, 일부를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했다.

실례로 가상화폐 취급업소 A사는 가 은행 등 5개 은행의 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모아 A사 명의의 다른 계좌(가은행)로 109억 원을 집중했다. 이중 42억 원을 대표자 명의의 가 은행 계좌로, 33억 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나 은행 계좌로 이체했다.
일부 금액을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사례 / 자료= 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일부 금액을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사례 / 자료= 금융위원회
일반 법인계좌가 집금계좌로 사용되면 투자자의 경우 사기나 횡령, 유사수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은행의 경우 입출금 등 금융거래에 대한 분석이 어려워 정확한 의심거래를 보고하기 힘들어 자금세탁 위험관리에 한계가 발생하게 된다.

또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모계좌로 집금된 자금 중 거액이 해당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대주주 계좌나 해당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타행계좌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확인됐다. A사는 가상계좌를 통해 집금된 이용자의 자금 중 150억원을 A사의 대주주 회사로 이체했다.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업체가 일부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가상계좌를 재판매하는 사례도 나왔다. FIU와 금감원의 현장점검 과정에서 2개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재판매 업체로부터 취득한 가상계좌를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정작 해당 은행은 이에대해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쇼핑몰’로 등록해서 운영되는 사례도 있었다.

금융사 경영진과 이사회가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에 대하여 자금세탁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서 취약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은행 내 관계 부서들간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고 지적됐다.

금융위는 오는 30일부터 이같은 취약점을 반영해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이 큰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사실상 퇴출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현장점검에서 드러난 비정상적인 자금거래 사례의 경우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추가 실사 등을 거쳐 FIU에 의심거래로 보고할 예정이다.

FIU는 해당 의심거래 보고에 대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통보하는 등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즉시 조치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마약 대금으로 의심되는 불법자금의 국내 반입, 수출대금 과소신고 후 가상통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사례 등에 대해 조세포탈 및 관세법 위반 등이 의심돼 이미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에 통보하기도 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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