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첫눈, 첫겨울...'첫'이라는 관형사가 들어가는 단어는 대부분 설렌다. 그러나 쓰라린 기억만 있는 기자의 첫 직장, 첫 보험은 2015년이다. 실손보험은 꼭 있어야 한다는 주변 성화에 그해 여름 한화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매달 고정지출이 생기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보험 가입을 도와준 설계사는 당시 "암 질병 보장이 약하니 서른쯤 되시면 암 보험 하나 더 드세요"라고 조언했다. 최근 그 '서른쯤'이 됐다. 설계사 조언을 떠올려 새 보험에 가입하려니 이게 꼭 필요한 건지 궁금했다.
"난 보험 없어. 들 계획도 아직 없어."
결혼 후 돌 지난 자녀를 둔 20대 지인 B씨에게 물었다. 배우자 각각의 실손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자동차보험...가입한 상품 종류가 줄줄이 나왔다. 최근에는 사망보험 가입도 고려한다고 했다. 결혼 전 그는 자신이 어떤 보험에 가입해있는지 모를 정도로 보험에 무지했다고 토로했다. 그랬던 B씨는 왜 바뀌었을까.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가족이 생기니까 '내 몸이 내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어. 혹시나 아픈 사람이 생기면 우리 가족 전부가 한순간에 불행해질 수 있으니까 대비하려는 거지. 저축 갖고는 안돼."
문득 나이대에 따라 보험 가입률이 달라지는지 궁금해졌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자료를 보니 20대 생명보험, 손해보험 비가입률은 각각 41.5%, 33.5%에 달했다. 조사에 응답한 연령대 가운데 보험 비가입률이 높은 편에 속했다. 가장 높은 건 아니었다. 60대 손해보험 비가입률은 35.5%로 20대보다 높다. 30대도 4~50대보다 보험 비가입률이 높았다.
보험은 필요한 걸까? 최근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입을 안 해도 된다"와 "(보험금을)타 보면 안다"로 요약할 수 있었다. 다만 전자에는 조건이 붙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치료로 당장 큰돈이 필요할 때, 무리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치료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려울 때, 가뭄의 단비 같은 보험금을 수령해보면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목돈이 필요할 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라는 뜻이다.
결국 보험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에 대한 준비물이다. 기자 된 지 채 2년이 안돼 불행에 대비할 목돈도 못 모았다. 결국 B씨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암 보험에 가입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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