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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축은행, 부실 넘어 ‘체력’ 키워야

기사입력 : 202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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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출 손실 반복…공격적 영업은 제동
플랫폼 의존 리테일…자체 고객 확보 문제

▲ 옥준석 기자
▲ 옥준석 기자
[한국금융신문 옥준석 기자] “부실을 다 정리해도 다시 부실이 새로 생깁니다.”

최근 만난 한 저축은행 관계자가 올해를 돌아보며 한 말이다. 쌓아야 할 충당금은 다 쌓고 손실도 털어냈지만, 새로 생기는 부실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담보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회수해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매수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거래가 번번이 틀어진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보유 주택 수에 포함돼 세금 부담이 커 임대 수요가 있어도 선뜻 사려는 사람이 드물다. 부실 정리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저축은행은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서민과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만큼 경기 변화에 민감한 차주가 많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거치며 업권 전반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손실을 흡수할 체력이다. 기업대출은 한두 건만 탈이 나도 수십억원의 손실이 한번에 발생한다. 외형을 키워 손실을 흡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출 규제 탓에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면 쓸 만한 대출처가 사라진다. 건전성을 지키면 성장이 멈추고, 성장을 택하자니 부실이 생긴다.

기업대출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리테일 부문도 계륵이다. 개인 영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상당수가 대출 비교 플랫폼에 기대고 있다. 플랫폼 판매는 속도가 빠르지만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남는 수익이 많지 않다. 고객 접점을 플랫폼이 가져가면서 자체 고객 기반을 쌓을 기회도 줄었다.

대주주의 시선도 냉정하다. 일부 저축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고만 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주문을 받는다는 푸념이 나온다. 과거 무리한 확장 끝에 대출 사고에 휘말리며 업권 스스로 신뢰를 잃은 결과라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증자를 받으면 해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떠돌지만, 대주주가 증자에 나서는 것도 투입한 자원 이상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 증자를 기대하기보다 자본 기반을 다져 스스로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 먼저다.

다음 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서민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회복되는 속도는 더딜 전망이다. 대출 문턱을 높게 유지한 채 한정된 자본으로 양질의 자산만 골라 담아야 하는 만큼 외형 성장에도 제약이 따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당장의 숫자보다 기초 체력을 다지는 일이다. 관성적으로 이어 온 영업 방식을 점검하고, 채권 하나를 매각하더라도 실익을 따져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은행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기보다 업권 특성에 맞는 방식을 찾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저축은행에 필요한 것은 부실을 털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모습이 곧 신뢰를 쌓는 길이다. 그렇게 신뢰를 먼저 보여줘야 대주주의 지원도, 서민금융 버팀목이라는 이름도 다시 따라오지 않을까.

옥준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okmone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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