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말할 자리가 부쩍 는다. 송년회 인사, 시상식 소감, 신년회 건배사까지. 마이크 앞에 서면 우리는 가라앉지 않으려고 말을 더한다. 변명을 더하고, 감사 인사를 더하고, 마무리 멘트를 더한다. 그럴수록 말은 무거워진다. 그 첫 번째 더하기가 바로 마이크를 받자마자 나오는 이 말이다. "갑자기 시키셔서…"
그렇게 한 자리를 겨우 넘기고 다음 자리를 앞두고선 말 잘하는 사람의 영상을 찾아본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안보인다. 잘하는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경험과 성격, 때로는 오랜 시간의 트레이닝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겉모양만 옮겨 오면 어색하다. 사실 그 겉모양을 그대로 옮겨 올 수도 없다.
따라 하기는 오랜 연습이 필요하지만, 하지 않기는 오늘 당장 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객석에서 '불편했던 순간'을 하나씩 적어 두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적히는 세 가지는 이렇다.
① 변명으로 시작하기
"말주변이 없어서", "준비를 못 해서"는 겸손처럼 들리지만, 청중에게는 '기대하지 마세요'라는 예고나 다름없다. 첫 문장은 오늘 이 자리가 왜 반가운지, 그 한 줄이면 충분하다. "올 한 해 제가 가장 많이 웃은 곳이 바로 이 자리였습니다." 이 한마디에 객석의 표정이 먼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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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감사 명단 읽기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부르는 마음은 귀하다. 하지만 열 명이 넘어가면 객석은 출석부를 듣는 기분이 된다. 가장 고마운 한 사람, 한 장면을 이야기하자. 그러면 나머지 분들도 그 장면 속에서 함께 고마워진다.
③ '마지막으로'를 세 번 말하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말은 좋은 내용까지 지치게 만든다. 끝낼 문장을 미리 정해 두고, 그 문장을 말했다면 미련 없이 마이크를 내려놓는 게 좋다.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고칠 필요는 없다. 이번 연말에는 남의 말을 들으며 메모만 해도 좋다. 못하는 사람의 말이 가장 가까운 스승이다. 그리고 내 차례에는 딱 하나만 빼 보면 된다.
남의 스타일을 따라 하지 말고 나만의 컨셉을 찾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별로인 것을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그 컨셉은 저절로 떠오른다. 물 위에 몸이 뜨듯이.
다음에 마이크 앞에 선다면 그 강사의 한마디를 떠올려 보자. “빼세요.” 빼고 남은 그 말이, 바로 당신의 말이다.
강지연 칼럼니스트/컨셉이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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