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실제로 IPARK현대산업개발·GS건설·포스코이앤씨의 사고 전후 신용평가와 회사채 조달 사례에서는 안전사고가 사업위험에서 재무·신용위험으로 확산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세 회사가 놓인 단계는 서로 다르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하락했던 신용등급의 전망이 안정화되고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다. GS건설은 대규모 사고비용을 손익에 반영하고 신용등급이 하향된 이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반복된 중대재해 이후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내려간 가운데 사고에 따른 후속 사업·재무 영향을 평가받고 있다.
◇ 화정 붕괴 뒤 A+→A…공모채 복귀까지 3년여
IPARK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신용등급 하락과 사업경쟁력 약화 우려에 직면했다.사고 직후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회사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4월 14일 IPARK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하향검토’에서 ‘A/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NICE신용평가도 같은 해 9월 30일 신용등급을 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등급 하향에는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사업기반과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이 반영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사고 이후 브랜드와 시공역량에 대한 신뢰 저하가 분양과 신규 수주에 부담을 줬다고 평가했다. 사고현장 손실과 공사 지연에 따른 수익성 저하, PF 관련 자금소요와 회사채 상환 부담 등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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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전 A+ 등급으로 즉시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신용도 하락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완화된 것이다. 사고 이후 신용등급 하락을 거쳐 등급전망이 안정화되기까지 2년 이상이 걸렸다.
이후 회사는 2025년 6월 1200억원 규모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232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2021년 이후 약 4년 만의 공모채 발행이었다. 2년물 700억원 모집에 1680억원, 3년물 500억원 모집에 640억원이 들어왔다. 회사는 최종 발행 규모를 1510억원으로 늘렸고, 2년물과 3년물의 발행 가산금리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각각 4bp와 31bp로 결정됐다. 1bp(Basis Point)는 0.01%포인트다.
사고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했던 기업이 등급전망 안정화를 거쳐 공모채 시장에서 모집액을 웃도는 수요를 확보한 것이다.
◇ GS건설, 사고비용 5524억 손익 반영…회사채 주문은 280억원
GS건설도 안전사고에 따른 부담이 재무제표와 신용평가·회사채 수요예측으로 이어진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2023년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GS건설은 해당 단지의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이에 회사는 같은 해 2분기 철거와 재시공·입주예정자 보상 등에 필요한 예상비용 5524억원을 손익에 일시 반영했다.
이 가운데 735억원은 매출 차감, 4789억원은 충당금으로 반영됐다. 그 결과 2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413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실적에 신용평가사들도 사고에 따른 재무·사업 부담을 등급에 반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8월 29일 GS건설의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2024년 2월 1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검단 사고 관련 손실과 함께 공사원가 부담·운전자금 증가·행정처분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 등이 신용도 하향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한신평은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 결정에 따른 사업·재무적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검단 사고·원가 조정 등에 따른 대규모 손실과 재무부담 증가를 지적했다.
등급 하락 이후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가 수요가 모집액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GS건설은 2024년 5월27일 총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8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1년6개월물 500억원 모집에 220억원, 2년물 500억원 모집에는 60억원이 들어왔다. 개별 민평금리 대비 최대 100bp를 가산하는 희망금리 범위를 제시했지만 수요예측 단계에서 모집액의 28%에 해당하는 주문만 확보했다.
다만 회사채 발행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GS건설은 6월 3일 두 만기에서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발행했다. 발행 가산금리는 모두 개별 민평 대비 100bp였으며 발행금리는 1년6개월물 5.638%, 2년물 5.712%로 확정됐다.
사고 전후의 가산금리만으로 사고에 따른 추가 금융비용을 산출할 수는 없다. 만기와 시장환경, 기준이 되는 개별 민평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검단 사고가 GS건설의 재무상태와 신용평가에 미친 영향은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된다.
5524억원의 예상비용이 손익에 반영됐고, 사고 관련 손실과 사업 불확실성은 신용등급 하향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1000억원 모집에 280억원의 유효수요만 확보했다.
안전사고가 현장 복구를 넘어 재무건전성과 채권시장 조달 여건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신용위험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코이앤씨, 사고 사흘 전 2830억 주문…현재는 A+ ‘부정적’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안전사고 이후 신용위험에 대한 점검이 진행 중인 기업이기도 하다.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4월 8일 1000억원 규모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283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600억원 모집에 1780억원, 3년물 400억원 모집에 1050억원이 들어왔다.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최종 발행 규모는 2000억원으로 늘어났고, 발행 가산금리는 2년물과 3년물 각각 개별 민평 대비 25bp와 30bp로 결정됐다. 그러나 수요예측 사흘 뒤인 4월 11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던 신안산선 제5-2공구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12월 24일자 평가보고서에서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그해 총 6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반복된 사고는 결국 신용평가의 주요 변수로 또올랐다. 한신평은 안전사고 관련 행정처분 가능성과 함께 브랜드 신인도·시공역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신규 수주활동 차질 가능성 등을 주요 사업위험으로 지목했다.
결국 한신평은 지난해 12월24일 포스코이앤씨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A+를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안전사고뿐 아니라 미분양에 따른 대규모 손실과 매출채권 누적에 따른 재무부담도 등급전망 조정에 반영됐다. 특히 신평사는 ‘안전사고 관련 리스크의 사업 및 재무적 영향’을 향후 주요 모니터링 항목으로 명시했다.
올해 들어 실적은 회복됐지만 신용도 부담은 남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연결기준 45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상반기 9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손실에는 신안산선 현장의 지체상금과 복구공사 비용 외에도 지방 미분양 및 해외 사업장 관련 손실이 반영됐다. 사고 관련 비용과 다른 사업 손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도 A+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향후 실적 추이뿐 아니라 공사대금 회수,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부담 완화, 안전사고 관련 행정처분의 영향 등을 계속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흐름과 관련된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한신평이 지난 9월 발표한 건설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1년 초과 장기 미회수 매출채권은 대손 반영 전 총액 기준 2024년 말 5000억원에서 2025년 말 9000억원, 올해 6월 말 1조4000억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직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2.8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던 포스코이앤씨는 반복된 안전사고와 재무부담 확대 이후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상태다.
◇사고비용 넘어 상환능력으로…안전이 신용평가 변수로
IPARK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신용등급 하락과 단계적인 신용도 안정화·공모채 시장 복귀의 과정을 거쳤다. GS건설에서는 수천억원대 사고비용이 재무제표에 반영됐고 관련 사업위험이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작용했고, 포스코이앤씨는 실적 반등에도 반복된 안전사고와 재무부담으로 ‘부정적’ 등급전망이 유지되고 있다.신용평가사가 주목하는 것은 사고 건수만이 아닌, 재시공과 보상·공사 중단이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행정처분 가능성과 수주경쟁력 저하가 향후 상환능력에 미칠 영향을 함께 평가한다.
다만, 안전사고 위험은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연결된다. 정비업계는 토목·플랜트 사업은 높은 시공 난도와 원가변동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안전위험을 고려한 선별적 수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의 특성상 안전사고가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사고 한 번으로 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지만, 이를 회복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안전관리 역량과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건설업은 사고로 신용도가 하루아침에 떨어질 수 있지만, 회복하려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보여줘야 한다”며 “일시적인 대책이나 보여주기식 대응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기술 개발과 안전관리 체계 개선을 통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건설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인 만큼 개별 기업의 대응을 넘어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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