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금융당국은 퇴직 임원의 고문·자문역 운영 관행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살펴보고 전관예우 방지 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KB금융 계열사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추가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임원 38명 고문·자문역 위촉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 퇴직 임원들의 그룹 내 고문·자문역 위촉 현황을 공개했다. 8개 금융지주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6개 지주에서 퇴직 임원 38명이 그룹 내 고문·자문역 등으로 이동했다.38명에게 책정된 개인별 연간 보수의 합계는 56억9520만원에 달했다. 다만 위촉 시점과 근무 기간이 서로 다른 만큼 실제 지급된 누적 보수와는 차이가 있다.
KB금융은 조사 기간 퇴직한 지주 임원 10명 전원을 경영자문역으로 위촉했다. 이들의 연간 보수 합계는 18억9900만원으로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윤종규닫기
윤종규기사 모아보기 전 KB금융 회장은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에 해당하는 연 4억원을 책정받았다. 다른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퇴임 직전 기본급의 50~70% 등을 보수 기준으로 적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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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기사 모아보기 전 iM금융 회장도 퇴임 후 지주 고문으로 위촉돼 연간 약 3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손태승닫기
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은행 자문역으로 약 5개월간 근무하면서 1억5000만원가량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BNK금융에서는 퇴직 사외이사 5명이 계열사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은 계열사 대표이사 결재를 거쳐 자문위원을 맡았으며 1인당 연 3600만원의 보수가 책정됐다. 경영진을 견제하던 사외이사가 퇴임 이후 같은 그룹에서 유급 직책을 맡는 만큼 위촉 절차와 이해관계 관리의 적정성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고문·자문역 책임관리 사각지대
퇴직 경영진의 전문성과 경험을 자문 업무에 활용하는 것 자체는 금융회사의 경영 판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수가 실제 자문 실적보다 퇴직 당시 직급과 기본급을 중심으로 산정된다면 업무와 보상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퇴직 이후에도 경영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공식 직책과 실제 영향력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우리금융에서는 퇴직 임원 2명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특임연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중 1명은 앞서 집계한 퇴직 임원 38명에 포함되지 않는다. 연구소는 2023년과 2024년 관련 내규를 개정해 특임연구위원을 집행임원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상근 연구위원 1명에게는 연간 2억4000만원의 보수가 책정됐다. 우리금융은 해당 직책이 내규에 따른 집행임원으로, 일반적인 퇴직자 예우 목적의 고문·자문위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2024년 7월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라 책무구조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은행과 금융지주는 지난해 1월부터 경영진별 내부통제·위험관리 책무를 명확히 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법률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 고문·자문역은 책무구조도의 직접적인 관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임원 보수 공시에도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업무 범위와 경영 의사결정 관여 여부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외부 주주가 퇴직 임원의 활동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김용만 의원은 퇴직 임원들이 공식 임원 직책 밖에서 보수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구조가 책무구조도의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억원닫기
이억원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관련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문제도 운영 방식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이찬진닫기
이찬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가 준비 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에 고문·자문역처럼 그림자 형태로 숨어 있는 부분도 포함하려고 실무선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금감원 출신 78명 지주 재취업
금융당국 퇴직자의 금융지주 재취업을 둘러싼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지주회사에 재취업한 인사 152명 가운데 금감원 출신은 78명으로 51.3%를 차지했다. 금융위원회 출신도 13명으로 집계됐다.
전 의원은 금융회사를 직접 검사·감독하던 인력이 퇴직 후 피감기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재직 당시 확보한 정보나 인적 관계가 사익 추구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금융지주 외에도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법무법인 등으로 재취업한 인력을 포함하면 금융권 전반의 전관예우 관리 문제가 더욱 광범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취업심사를 통과했는지와 퇴직 이후 실제 감독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전 의원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수준 이상의 자체적인 전관예우 방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원장은 금감원 퇴직자의 1년간 금감원 출입을 금지하고 3년간 전화 등 접촉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규정만으로는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데 충분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 원장은 "공정위 수준 이상의 체계를 참고해 내부 규제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우리·KB 계열사 인선 검증 논란
금융지주 계열사의 사외이사 선임 절차도 쟁점으로 떠올랐다.최은석닫기
최은석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금융캐피탈과 KB캐피탈이 올해 세무사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후보자의 추천 경위와 전문성을 검증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최 의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캐피탈은 지난 2월 정종석 세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검토 자료가 이력서 한 장에 그쳤다. KB캐피탈도 3월 강중석 세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후보자의 구체적인 경력과 추천 경위를 확인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인사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배우자가 지분 20%를 보유한 세무법인 택스탑 소속이다. 최 의원은 19일 금감원 국감에서 해당 법인 인사들이 금융회사 사외이사와 조세심판관에 잇따라 선임된 점을 거론하며 외부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종감에서는 후보 추천과 평가 과정에 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추가로 문제 삼았다.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와 전문성 평가, 추천위원회 심의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두 인사의 세무 분야 경력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종석 사외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부서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금융추적팀 등을 거쳤으며, 강중석 사외이사도 국세청 조사 부서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실제 인사 개입 여부도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외부 재무·세무 전문가를 물색해 추천했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선임은 후보자의 경력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상 필요한 전문성, 이해관계, 추천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관련 기록과 검증 과정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최 의원은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선임 결과를 보고받고도 검증 절차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외부 개입이나 부당한 선임 과정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을 요구했다.
김성욱 금감원 부원장은 "해당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선임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며 "관련 결과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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