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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을 넘어 축제로…송파가 되살린 한성백제의 시간 [지역 역사 보존·미래 가치로 발전 ⑥]

기사입력 : 202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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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풍납토성에 남은 백제의 흔적
역사를 담은 한성백제문화제 23일 개막

▲ 1500년 전 한성백제의 역사는 오늘날 시민들이 걷고 쉬는 공간 속에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 1500년 전 한성백제의 역사는 오늘날 시민들이 걷고 쉬는 공간 속에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주현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공익 콘텐츠]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찬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서울의 지역자산은 과거의 흔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이 되고, 잘 보존된 공간은 관광과 교육·일자리와 도시재생 등 새로운 지역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이번 기획에서 서울 10개 자치구를 찾아간다. 지역의 유산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으며, 주민과 행정은 이를 미래의 가치로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가 미래의 자산이 되는 서울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은평구가 전통을 계승하고, 노원구가 기차가 떠난 철길에 사람들의 일상이 들어섰듯, 옛 왕성이 자리했던 송파구 땅에도 오늘의 풍경이 들어섰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한성백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왕성이었던 토성은 산책로가 됐고, 그 아래에서는 시민들이 휴식을 즐긴다. 1500년 전 역사의 현장이 오늘날 공원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13일 오후 1시 몽촌토성역에서 내려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익숙한 장소였다. 여러 행사를 취재 위해 찾았던 곳이면서도, 사적으로는 과거 포켓몬을 잡으러 돌아다녔던 기억도 있다. 공원 곳곳에 놓인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익숙했던 풍경이 조금씩 새롭게 다가왔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달랐다. 한성백제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한성백제박물관을 찾았다. 올림픽공원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도 박물관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한성백제박물관 측에 따르면, 서울은 백제 678년 역사 가운데 493년간 수도였다고 한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석촌동 고분군 등 한성백제 시기의 주요 유적이 지금도 서울 곳곳에 남아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이들 유적과 출토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서울의 고대 역사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몽촌토성이 바라보이는 올림픽공원 안에 자리 잡았으며 2012년 4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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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지향하는 역할은 유물을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굴을 통해 확인한 역사를 전시와 교육으로 풀어내고, 시민들이 지역의 문화유산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도 맡는다. 과거의 흔적을 현재의 삶과 연결하는 공간인 셈이다.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풍납토성 성벽 단면이었다. 풍납토성의 성벽 구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일부 단면을 전사해 전시한 상징물이다. 평지에 흙을 쌓아 올린 토성의 구조를 실제 단면으로 마주하니, 겉으로 보이는 둔덕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웠던 성곽의 규모와 축조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사전조사 없이 찾아온 탓에 아쉬움도 있었다. 방문 당시 박물관 상설전시실 상당 부분이 공사 중이었다. 안내데스크에서 만난 박물관 관계자는 “12월까지 상설전시실을 새로운 모습으로 꾸미고 있어 별도로 안내장이나 전시 구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현재는 제1전시실만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제1전시실에 들어섰다. 전시장에는 사발과 접시, 그릇받침 등 과거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토기 유물이 놓여 있었다. 오늘 날에도 익숙한 생활용품의 형태를 마주하니, 교과서 속에서 접했던 고대사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유물은 거창한 왕의 이야기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일상도 전해주고 있었다.

매시간 정각마다 상영되는 미디어아트는 인상적이었다. 영상을 통해 풍납동 토성을 살펴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올림픽공원 주변 일대 풍경도 다르게 보였다. 주변 건축물의 목재 인테리어와 토성의 울퉁불퉁한 산책길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특히 몽촌토성이 자연 구릉을 활용해 조성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공원 안의 지형이 단순한 언덕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박물관에 머문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공원에서 마주한 풍경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했다. 역사적 사실을 먼저 알고 현장을 바라보는 것과 아무런 정보 없이 걷는 것은 분명 달랐다.

박물관을 나와 먼저 몽촌토성 아래 산책길을 걸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토성은 멀리서 볼 때와 달랐다. 멀리서는 완만한 언덕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높이와 경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을 통해 만든 성곽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지금은 잔디와 나무가 덮은 지형 아래에 어떤 역사가 남아 있을지 궁금해졌다.

475년, 고구려의 공격으로 한성백제가 무너진 뒤에도 이곳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토성은 오랜 시간을 견뎌 오늘날까지 남았고, 그 위에는 잔디가 자랐다. 성곽 주변은 시민들이 걷고 쉬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도시를 지키는 공간이었던 곳이 이제는 사람들이 일상을 나누는 장소가 된 것이다.

공원 중심부의 가족놀이동산 주변에서는 웨딩 촬영을 하는 세 팀이 눈에 띄었다. 돌잔치 사진을 찍는 가족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도 오갔다. 토성에 얽힌 역사를 모른 채 이곳을 찾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몽촌토성 산책로의 의미는 위로 올라갔을 때 더 선명해졌다. 과거 이곳은 성 안팎을 살피고 외부의 침입에 대비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토성 위에서 도심을 바라볼 수 있다. 안쪽을 내려다보면 나무 한 그루가 주변 풍경 속에 홀로 서 있고, 시민들은 그 주변에 눕거나 엎드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성곽이 품었던 긴장감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역사문화유산을 품은 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안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몽촌토성 산책로 표지판은 여러 갈래로 이어진 길 가운데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초행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유적에 대한 설명도 걸음을 멈추고 역사를 이해하도록 이끌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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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외국인 남성 세 명이 토성 위로 올라왔다가 나무 주변을 둘러본 뒤 공원 밖으로 향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들에게 방문 목적과 공원에 대한 인상을 묻고 싶었지만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들이 유적의 역사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간이라면 국내외 방문객 누구나 그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유적을 보존하는 일은 원형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시민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문화유산은 눈앞에 있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장소로 남을 수 있다. 안내판과 탐방 동선, 전시·교육 콘텐츠는 유적과 방문객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다.

다만, 송파구는 특별한 방법으로 옛 역사를 보존하는데 힘쓰고 있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은 한성백제의 정치와 생활, 지배층의 장묘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박물관이 유물과 자료를 통해 역사를 설명한다면, 구는 매년 한성백제문화제를 통한 공연과 체험으로 시민들이 그 문화를 접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는 제26회 한성백제문화제가 열린다. 올해 주제는 ‘찬란한 문화, 깊은 울림, 하나된 우리’다. 한성백제의 문화유산을 클래식과 국악, K팝 등 현대 공연과 연결하고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축제로 꾸릴 계획이다.

개막일에는 900대의 드론이 송파구 마스코트 하하·호호 등을 밤하늘에 구현한다. 송파구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의 공연, 테너 무대와 왈츠에 이어 래퍼 로꼬와 여성 듀오 다비치가 무대에 오른다. 둘째 날에는 한성백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미나루 설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뮤지컬 갈라 공연 ‘강가에 서서’가 진행된다. 주민들이 자치회관 프로그램을 통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한마음 어울마당’도 마련된다. 마지막 날에는 거문고 대합주와 명창들의 입체창, 퓨전국악 공연에 이어 그룹 케플러와 다이나믹듀오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공연장 밖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성백제 키즈카페와 편백 놀이터, 백제 의상 체험, 공예·문화 체험 등 20여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17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성백제장터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도 선보인다.

이번 방문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무대 위 공연이 아니라, 그 공연이 뿌리를 두고 있는 역사적 공간이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살펴보고 토성 아래와 위를 걸으며 느낀 점은 분명했다. 역사는 전시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도 시민들이 걷고 쉬는 공원 곳곳에 과거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성백제문화제가 이 흔적을 오늘의 문화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화려한 공연과 체험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제를 계기로 유적과 박물관을 다시 찾고 한성백제의 역사를 알아가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

1500년 전 한성백제의 시간은 유적에 남아 있고, 그 주변에는 오늘의 일상이 흐른다. 과거의 흔적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시민들이 그 의미를 알고 경험하도록 연결하는 일. 오는 23일 개막하는 한성백제문화제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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