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케이블 소재는 인증 취득에만 수년이 걸리는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한 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화솔루션은 업황 부침이 큰 케미칼 사업을 상쇄할 새 성장 동력으로 케이블 소재를 낙점했다.
SEHV·HVDC 케이블 소재 판매 비중, 2031년까지 4배 성장 목표
한화솔루션은 지난 15일 와이어앤케이블(W&C)부문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발표를 맡은 박지환 W&C부문 프로는 초고압(SEHV)·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용 소재의 판매 비중을 2031년까지 2025년 대비 약 4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한화솔루션은 이 가운데 도체를 제외한 절연·반도전·자켓 소재를 모두 공급한다. 적용 범위는 22kV급 배전용부터 최대 500kV급 송전용까지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사업의 글로벌 업황 둔화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초고압 케이블 소재 사업을 W&C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날 환영사에 나선 이재빈 한화솔루션 재무실장은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AI가 키운 전력망 투자…초·고압 케이블 수요 연 12% 성장
회사가 전선 소재를 새 성장 동력으로 꼽는 배경에는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2027년까지 연평균 9.9% 늘어날 전망이다.케이블 수요는 전압이 높을수록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1kV 초과 전력 케이블 수요는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6% 늘어나는 반면, 37.5kV를 넘는 초·고압 케이블 수요는 같은 기간 연평균 11.9% 증가할 전망이다. 도체 중량 기준으로 2025년 54만 8000톤에서 2030년 96만 3000톤으로 약 1.8배 커지는 규모다.
한화솔루션이 집중하는 세 시장의 성장세는 이보다 빠르다. CRU는 같은 기간 초고압 케이블은 연평균 13.1%, 해상풍력 등에 쓰이는 해저케이블은 16.3%, 장거리 송전에 쓰이는 HVDC 케이블은 1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시아(중국 제외)가 연평균 20.6%로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수직계열로 청정도 확보…패키지 역량도 강점
케이블 수요 확대는 곧 절연·반도전 소재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그중 초고압 초고압 케이블 소재 핵심 경쟁력은 청정도다. 절연층에 미세한 이물질만 섞여도 그 지점에 전기가 집중돼 케이블이 손상될 수 있어서다.한화솔루션은 여천NCC에서 공급받는 에틸렌으로 기초 수지(베이스 레진)를 만들고, 이를 다시 케이블용 컴파운드로 가공하는 일관 체계를 갖췄다. 원료 이송·투입 과정을 밀폐형으로 운영해 외부 접촉을 줄이고, 생산라인에 연결된 검사 시스템으로 24시간 품질을 확인한다. 포장과 공장 내 이동도 자동화해 이물질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절연·반도전·자켓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패키지 역량도 강점이다. 층마다 다른 공급사 소재를 쓰면 원가는 낮출 수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압이 높을수록 단일 공급사를 선호한다. 박 프로는 “대한민국에선 대부분 당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SEHV급 이상 초고압 케이블용 소재는 당사만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500kV 타입테스트 통과…중국 넘어 글로벌로
다만 전선 소재 시장은 신규 사업자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범용 폴리에틸렌(PE)은 공급사가 많고 한 번 테스트해 문제가 없으면 바로 적용할 수 있지만, 전선 소재는 케이블에 들어간 뒤 수십 년을 버텨야 하는 만큼 검증 문턱이 높은 고부가 시장이다.전선 소재 적용을 위해선 소재 평가와 시제품 케이블 생산, 자체 시험을 거친 뒤 제3자 인증기관에서 형식시험(타입테스트)과 장기 사전적격시험(PQ)을 통과해야 한다. 타입테스트에는 약 3~6개월, PQ에는 약 12~18개월이 걸린다. 이후에도 전력청 등 최종 사용자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이 관문을 하나씩 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초고압 케이블 제조사인 칭다오 한허(Qingdao Hanhe), 터비엔전공(TBEA)과 각각 협력해 500kV급 초고압 교류송전(HVAC) 케이블용 XLPE 절연·반도전 소재 패키지의 타입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험은 중국 SECRI 계열 인증기관인 TICW가 주관했으며, 초고압 송전 환경에서 요구되는 절연 성능과 장기 신뢰성을 주로 검증했다. 기존 400kV급에 이어 500kV급까지 소재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다. 국제 공인 인증기관인 KEMA 인증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검증 성과는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SEHV XLPE 판매량은 전년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325kV급 SEHV XLPE 등 초고압 소재 판매량이 2025년 대비 약 3배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제품 검증도 진행 중이다.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320kV HVDC와 500kV 지중케이블용 소재는 PQ 테스트를, 420kV 해저케이블과 535kV HVDC용 소재는 타입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HVDC 시장 제품의 운전 온도가 70℃ 수준인 데 비해, 한화솔루션은 90℃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HVDC용 소재를 개발해 고객 인증을 받고 있다. 운전 온도가 높을수록 같은 케이블에 더 많은 전류를 보낼 수 있어 송전 용량이 커진다.
친환경 소재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재활용 원료(PCR)를 50% 담은 자켓 소재는 상업화를 마쳤으며, 기존 제품 대비 탄소배출을 약 34% 줄였다. 가교 처리돼 재활용이 어려운 XLPE·반도전 폐기물을 다시 케이블 소재로 쓰는 탈가교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탈가교 소재를 30% 적용한 자켓으로 시제품 케이블 생산까지 마쳤고, 내년 기술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객 접점도 넓혔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W&C부문을 독립 출범시킨 데 이어, 같은 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유럽 법인 '한화케이블솔루션스(Hanwha Cable Solutions)'를 세웠다. 현지에선 카를로 스칼라타(Carlo Scarlata) 한화솔루션 W&C부문 대표가 유럽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 독일·이탈리아·중국에 기술 인력을 두고, 핀란드·스웨덴·네덜란드와 한국에 창고를 운영해 납기에 대응하고 있다.
스칼라타 대표는 "이번 500kV급 HVAC 케이블 소재 타입테스트 성공은 한화솔루션이 초고압 송전용 케이블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현대제철 김광평, 美 투자에 “내부 재원 활용” 1년 만 차입 조달 ‘결단’ [나는 CFO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setimgmake.php?pp=006&w=110&h=79&m=5&simg=20261013152117008320fa6b69a559614376209.jpg&nmt=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