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 시대 종언…‘원칙주의ʼ 연준의 귀환 [2026 한국금융투자포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23170511069040dd55077bc212411124362.jpg&nmt=18)
오동석 글로벌 경제 전문가(알상무, 전 슈카월드 주식분석가)는 오는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2026 한국금융투자포럼: 머니무브 부의 공식’에서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기조 변화를 다룰 예정이다.
신용창출 한계 봉착…’통화 규율’ 복귀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 자산 총액은 약 30조 달러(약 4경 원)에 달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 자산만 하더라도 17조 50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그러나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고착화와 누적된 부채 부담 속에서 이 같은 중앙은행의 ‘시혜(施惠)의 시대’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 총액은 2020년 1월 23조 800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양적긴축(QT)과 자산 매각 등을 거치며 2022년 6월 17조 6000억 달러 수준까지 대폭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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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자산의 절대적 감소 금액 수치보다 자산의 증감률, 즉 유동성을 흡수하는 '속도'가 금융시장에 훨씬 더 결정적인 충격을 준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급격히 자산을 줄이면 자산 시장 전반의 체력 약화와 유동성 발작이 불가피해진다
시중 유동성 후퇴의 숨은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는 연준의 지급준비금 이자(IORB, Interest on Reserve Balance) 제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준은 시중은행이 적립하는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은행들에게 지급준비금은 수익이 나지 않는 돈이었으며 은행들은 남는 자금을 민간 대출이나 위험자산 투자로 운용하려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IORB 금리는 약 3.65%로 연준 기준금리 상단 및 하단 밴드(3.5~3.75%)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을 실행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남는 유동성을 연준에 예치하기만 해도 안전하게 3.65% 수준의 이자를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신용 공급 및 대출 유인은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연준이 주입한 막대한 자금은 시중에서 대출되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잃었다.
이에 머니마켓펀드(MMF) 등 남는 자금을 연준에 단기로 맡기는 일일 역레포(ON RRP, Overnight Reverse Repurchase Agreement) 잔액은 2022년 한때 2조 5000억 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시장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더 이상 기준금리 하단 수준을 제공하는 역레포 금리에 만족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역레포 잔액이 빠르게 감소해 완충 유동성이 소진되기 시작했고, 이는 시중 유동성이 가시적으로 축소되는 직접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구조적’ 고금리 전환과 부채 압력
1980년대 폴 볼커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가 안정을 찾고 금융 규제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1990년대 소련 해체에 따른 냉전 종식과 2000년대 중국의 글로벌 시장 편입은 세계화와 지정학적 안정을 가져왔다. 이는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속에서도 미국 국채 금리(10년물 및 30년물)가 장기간 하락하는 '유동성과 번영의 시대'를 창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 금리 하락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2014년 이후 연이어 터진 지정학적 전쟁 시대를 거치며 완벽히 반전됐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무제한 유동성 공급과 글로벌 공급망 균열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부채 규모는 251조 달러(약 34경 원)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약 235%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준이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부채 총액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등 매우 이례적인 극소수의 사례에 그친다. 그만큼 부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증가해 왔다.
올해 초 시장은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준을 비롯해 일본은행(BOJ) 등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 대부분이 동반 매파적(Hawkish)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특히 BOJ는 2025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를 한층 더 강하게 드러내며 유동성 회수 대열에 합류했다.
케빈 워시의 통화 ‘독트린’과 그 의미
2026년 새롭게 연준의장에 취임한 케빈 워시는 스탠퍼드대와 하버드 로스쿨(법학 박사)을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M&A 부문에서 7년간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또 부시 행정부 당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거쳐 만 35세의 나이에 최연소 연준 이사(2006~2011년)로 재직하며 금융위기 당시 시장의 목소리를 버냉키 의장에게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스탠퍼드 후버연구소 교수 및 드러켄밀러의 Family Office 파트너를 역임하며 시장, 정부, 연준을 모두 깊이 경험한 베테랑 시장주의자다.
워시는 연준 이사 재직 시절 버냉키의 위기 대응을 도왔으나, 중앙은행이 장기간 QE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연준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 왔다.
워시 의장은 노동시장이 견조한 가운데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 연준의 모든 역량을 물가 잡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어떤 결정을 약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칙과 규율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섰습니다(I stand here today committed to a discipline, not a decision)"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물가가 근본적으로 하락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연준이 해야 할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연준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금융시장은 이를 단순한 매파적 성향을 넘어 '정상적인 연준(Normal Fed)'의 귀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동석 전문가는 중앙은행이 더 이상 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서지 않는 '시장주의로의 복귀'가 금융시장에 가져올 파장을 엄중히 경고한다.
중앙은행의 무제한 유동성 백스톱(Safety Net)이 사라지면서 향후 금융시장은 위험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Re-pricing)를 거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과잉 유동성에 가려져 있던 개별 기업 및 국가의 신용 위험(Credit Risk)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진단했다.
결국 올해 연준의 매파적 전환은 단기적인 금리 향방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지난 40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유동성 과잉 구조를 깨뜨리고, 중앙은행 본연의 '원칙과 규율'로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역사적 대전환점을 암시한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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