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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리스크 관리 강화했다더니…제주항공 이사회엔 없는 ‘안전 전문가’

기사입력 : 2026-08-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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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무안공항 사고·2025년 5월 정비 규정 위반 겪어
사고 직후 안전 리스크 반영…영업손실 발생·탑승률 감소 이어져
사고 약 1년 후 이사회 직속 안전위원회 출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 등 경쟁사는 안전 전문가 선임

제주항공 B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제주항공 B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제주항공이 최근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가운데, 큰 사고를 겪은 이후 약 1년이 지나 체계적 안전관리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안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사회 차원 관리·감독을 위해 신설된 조직이지만, 정작 이사회 내부엔 안전과 관련된 전문가는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이어 생긴 안전 문제, 높아진 관련 조직 필요성

앞서 제주항공은 2024년 12월 태국 방콕을 출발한 7C2216편 보잉 737-800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로컬라이저(LLZ)와 충돌하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사고 이후 첫 이사회 차원 공식 대응은 지난해 2월 정기 이사회에서였다. 또한 그날 상정된 6개 보고 안건 중 마지막 안건으로 사고에 대한 보고가 다뤄졌고, 긴급 소집된 임시이사회는 없었다.

같은 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2025년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도 승인됐는데, 이는 매년 반복되는 법정 의무 절차다. 실제로 당시 이사회 산하 위원회는 경영위원회·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4개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제주항공에 정비 규정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8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항공기 2대의 비행 전후 점검을 규정된 48시간을 넘겨 수행했고, 엔진 결함 발생 시 매뉴얼상 고장탐구 절차를 지키지 않아 동일 결함이 반복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안전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지 반년도 안 돼 나온 행정처분이었다.

재무 리스크로 실현됐던 안전 문제

2025년 제주항공 영업손실은 1260억 원으로, 전년 영업이익 602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1조8563억 원에서 1조5001억 원으로 19.2% 줄었고, 부채비율은 544.8%에서 807.9%로 263.1%p 뛰었다. 회사는 지난 7월 30년 만기 전환사채를 연 6.50% 금리로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수요 위축은 업황 부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5년 1분기 실적을 전년 동기인 2024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2.3% 감소했고, 탑승률은 90.3%에서 81.5%로 8.8%p 떨어졌다. 국내선·국제선 운임도 각각 22.3%, 9.2% 하락해 계절적 요인만으로 보기 어려운 수요 이탈 흐름을 보였다.

또한 분기보고서에는 ‘항공기 사고로 인한 충당부채’ 990억원이 2024년 말 기준으로 별도 계상돼 있었고, 이 중 463억원이 이듬해 1분기 중 기체 관련 보상금으로 지급되며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 지표에서도 이탈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신규 회원가입은 179만 명에서 120만9000명으로 32.4% 줄었고, 국가고객만족도(NCSI)는 80점에서 77점으로 하락했다. 안전 문제가 과거 도덕적 차원을 넘어 회사 핵심 재무 리스크로 현실화된 이력이 있다는 의미다.
제주항공 이사회 구성 현황. /자료=제주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제주항공 이사회 구성 현황. /자료=제주항공


사고 1년 후 출범한 위원회에 부족한 ‘대표자 전문성’

제주항공은 '운항 인프라 고도화 및 안전관리체계 강화'를 2026년 핵심 경영과제로 선정했다. 이에 지난 11일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이사회 산하에 안전위원회를 신설했다.

안전위원회는 안전관리시스템(SMS)과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반기당 1회 보고·심의·의결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올해 이사회 구성원은 경영·전략, 재무·기획, 법률, 재무·회계, ESG·PR 전문가로만 구성된 상태로, 항공 운항이나 정비, 안전공학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물은 없었다.

제주항공은 이사회 구성 시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 ▲경영 전략 ▲재무·회계 ▲법률·규제 ▲리스크 관리 ▲ESG ▲안전 등 다양한 분야 전문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균형 있는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내 사업장 안전관리 면에 있어선 항공안전보안 전담 조직과 산업안전보건 전담 조직도 CEO 직속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무 조직엔 항공안전보안 총괄 임원(상무보)를 두고 있다. 다만 해당 임원은 이사회에 속하지 않아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 실무 안전 책임자와 이사회 차원 안전 감독 기구 사이에 상징적 연결고리가 없는 것이다.

이사회 내 안전 전문가 포함이 의무는 아니지만, 같은 기종(B737-800)을 운용하는 다른 국내 항공사들은 안전 분야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했다.

대한항공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안전위원회 위원장까지 겸직시켰고, 아시아나항공도 안전보건총괄 임원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배석시키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항공기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한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장과 운항교관으로 30년 이상 종사한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뿐만 아니라 항공공학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별도 선임하면서 “여러 항공사 항공기 안전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항공기 안전에 대해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개선할 점에 대해 조언을 듣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적으로 안전 전문 이사 선임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다만 제주항공이 안전위원회 신설 배경을 “항공안전 및 산업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항공사로서 책임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만큼 이사회 내 안전관리 전문가 부재는 약점으로 꼽힐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들은 안전 관련 인력을 이사회에 포함했는데, 큰 사고가 발생한 바 있던 제주항공에 이러한 인사가 없는 것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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