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美 무역확장법 확대 적용에도 경쟁사와 다른 행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권한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이는 원래 철강·알루미늄 원자재를 겨냥한 조치였지만,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8월 대상을 변압기 등 407개 파생제품까지 넓혔다. 관세 부과 방식도 지난 4월 함량가치 기준에서 완제품 전체가격 기준으로 바뀌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
반면 일진전기 미국 법인 일진 일렉트릭 USA(ILJIN ELECTRIC USA)는 판매법인뿐이다. 일진전기는 국내 홍성공장에서 만든 물량을 그대로 수출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기기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4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현지 생산기지가 없는 것이다.
미국 숙련 인원 부족으로 국내 생산 후 수출 결정
일진전기는 공장 증설 자체는 계속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입지를 미국으로 할지 국내로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기존 미국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도 아직 검토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고민은 변압기 생산 공정 특성 때문에 발생했다. 변압기는 아직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은 공정이 많아 숙련 인력 공급이 관건이다. 미국에는 이런 숙련 인력 풀이 마땅치 않아 국내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일진전기는 미국과 국내 증설을 두고 유불리를 저울질하다, 홍성 2공장 증설로 방향을 잡았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이후 증설과 관련해선 “추가 증설에는 아직 적극적이지 않고, 시장과 수주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홍성 2공장 가동 후 실적 증가
일진전기 변압기 생산능력은 2023년 2000억 원, 2024년 2200억 원 규모였다. 2024년 10월 홍성 2공장 가동 시작 이후인 지난해엔 4300억 원 규모까지 증가하며 1년 사이 95.5% 성장했다. 이에 더해 초고압 케이블 생산능력도 현재 수준에서 약 6200억 원까지 끌어올릴 예정인 만큼, 국내 증설만으로도 당분간 생산능력(CAPA) 확충 여력이 남아 있다.실적도 성장했다. 해외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12억3481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13억964만 달러로 3개월 만에 6.1% 늘었다.
미국 판매법인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185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465억 원으로 32.7% 불었다. 매출은 2024년 1231억7000만 원에서 지난해 2208억5000만 원으로 79.3% 뛰었고, 올해 1분기에만 397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2024년 2.52%에서 지난해 2.08%로 소폭 낮아졌다가, 올해 1분기 12.32%로 6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1분기 순이익 48억9000만 원은 이미 지난해 한 해 전체 순이익 46억 원을 넘어섰다.
본사 실적도 견조하다. 올해 1분기 중전기 부문 매출은 12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6%, 영업이익은 292억 원으로 81.7% 늘었다. 회사 전체로는 매출 5061억 원, 영업이익 50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49.1%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2조446억 원, 영업이익 1512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상승했다. 일진전기 주가는 지난해 7월 4만원대에서 시작해 실적이 개선된 올해 5월 최고 14만4100원을 기록하며 3배 넘게 올랐다. 다만 그 이후엔 시장 전체 조정 국면과 맞물려 주가가 하락했다.
전력기기 수요 확대로 수출 증가…관세 리스크엔 관심
수주 확대 배경에는 산업 구조 자체의 변화가 있다. 전력기기 업계는 글로벌 전력망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AI·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증가가 겹치며 시장 자체가 구조적 성장국면에 들어섰다. 일진전기 역시 이런 흐름을 타고 수주가 확대됐다.수출 증대를 모색하는 만큼, 관세 관련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전기는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 자문’ 용역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금액은 6000만 원이며, 계약기간은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다. 2020년 이후 관세·통상 관련 자문은 올해 처음 체결한 것이다.
다만 해당 계약은 알루미늄 전선 수출 관련 자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이에 “수출을 위한 관세 관련 자문은 맞지만, 해당 연구가 미국에 생산 법인을 만들기 위한 검토 차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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