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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핵심지표는 한국거래소가 주주권익 보호, 이사회 구성, 감사기구 운영 등을 평가하기 위해 제시한 항목이다. ‘밸류업’ 요구가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준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실제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50개 기업 준수율은 평균 70%로, 1년 전보다 6.4%포인트 상승했다.
DB가 지키고 있는 3개 항목은 전자투표제 실시, 내부감사업무 지원조직 설치, 내부감사기구(감사위원회) 내 재무전문가 존재다.
이와 관련해 감사위원회 재무전문가로 동부그룹에서 부회장을 지낸 오규원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는 점에 다소 거슬린다. 사외이사 선임 요건상 퇴직 후 3년 경과로 법적 문제는 없지만, 내부 출신이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에 대해선 시선이 엇갈릴 수 있다.
미준수 항목에는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수립 여부가 포함돼 있다.
특히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 간 갈등이 올해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대표가 누구냐라는 것보다 김준기 창업회장 의사가 더 중요한 게 현재 DB”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DB그룹 실질적 동일인(총수)을 여전히 김준기 창업회장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17년 가사도우미와 비서 성추행 혐의 등으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2020년 김준기 창업회장 아들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회장에 오르며 경영 승계가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올 6월 김남호 명예회장이 돌연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후임으로 이수광 회장이 선임됐다. 이 회장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1944년생 동갑이자 고려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재계에서는 창업주 뜻이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재임할 때도 김준기 창업회장 영향력은 막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교체 이후에도 계열사 요직은 창업주 측근들이 포진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자 갈등이 격화된 결정적 계기는 반도체 파운드리 계열사 DB하이텍을 둘러싼 이견이었다.
2021년 김 명예회장이 DB하이텍 매각을 추진하자, 창업주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회장은 DB하이텍이 2001~2013년 장기간 적자를 겪던 시기 사재 3500억원을 투입해 회사를 지원할 정도로 애착이 깊다.
향후 DB그룹 승계 향방 역시 창업주가 키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DB 최대주주는 김남호 명예회장(16.83%)이며, 이어 김준기 창업회장(15.91%), 장녀 김주원 DB 제조서비스 자문 부회장(9.87%) 순이다.
김주원 부회장은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부자 갈등’이 불거진 2021년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 지주사 위치에 있는 DB손해보험 지분에서도 김준기(5.94%)·김주원(3.15%)·DB김준기문화재단(5%) 등이 최대주주 김남호(9.01%)를 앞선다. 물러난 창업주지만, 언제든 승계와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큰 구조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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