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사는 정의선 회장이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다. 가장 현실적 방법은 그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 현대글로비스(지분율 20.0%)와 현대오토에버(7.3%)에 시선이 쏠린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실적, 주가, 배당이 모두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TSR은 특정 기간 주가 수익률에 배당 수익률을 더한 지표다. 주주가 회사 주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총수익률을 보여준다. 일정 기간 주가 변동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한 값을 시가총액으로 나눠 구한다.
산출 기간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5년이다. 이 기간 현대글로비스 누적 TSR은 125.51%, 현대오토에버는 251.41%로 나타났다.
2020년 초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에 각각 1,000만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평가액은 각각 약 2,255만원, 3,514만원 정도 된다는 얘기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물류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다. 2023년 선임된 이규복 대표 체제 이후 그룹 계열사 해상 운송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외부 고객사 수주를 확대하는 등 신사업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현대글로비스가 추진 중인 신사업은 항공·특수화물 운송, LNG(액화천연가스), 중고차, 이차전지 리사이클링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TSR 산출 기간 동안 두 회사는 주가 상승률과 배당수익률 모두 안정적이다. 계열사 의존도가 높지만, 그 만큼 안정적 사업 기반 위에서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 누적 주가 상승률은 88.46%, 누적 배당수익률은 37.05%로 집계됐다. 주가는 시작일 7만 1,528원에서 13만 8,400원으로 상승했고, 배당은 2020년 주당 1,750원에서 지난해 3,700원까지 늘었다.
현대오토에버 누적 주가 상승률은 238.49%, 누적 배당수익률은 12.92%다. 주가는 시작일 5만 400원에서 17만 600원으로 상승했고, 배당도 2020년 주당 710원에서 지난해 1,780원으로 올랐다.
두 회사 높은 수익률은 정의선 회장 승계와 순환출자 구조 해소 플랜에 긍정적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 지분 21.9%) → 현대차(기아 지분 34.5%) → 기아(현대모비스 지분 17.7%)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형이다. 이 같은 구조는 어느 한 고리가 외부 공격을 받을 경우 전체 지배구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정의선 회장이 원활하게 승계를 마무리하고 지배구조를 일원화하려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등을 인수해 안정적 지분율(약 25% 수준)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거론된다. 현재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은 0.33%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 7.29% 지분 상속 이슈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등 개인 자산을 활용하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가 승계 과정 핵심 키로 평가받는 이유다.
두 회사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더불어 로보틱스·자율주행 등 그룹 신사업과의 시너지로 외형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업가치 제고 핵심 지표로 TSR을 채택하고, 2030년까지 ▲9조원 이상 투자 ▲매출 40조원 및 영업이익 2조6000억~3조원 이상 달성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달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AI·로보틱스를 접목한 스마트 물류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94%를 보유하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품을 활용해 사업 최적화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있다”며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 성장과 산업 전략 방향을 고려할 때 시장 성장에 편승할 것”으로 진단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2분기 기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94%를 보유하고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가치 상승 시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오토에버는 AI·클라우드뿐 아니라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그룹 미래 동력 소프트웨어사업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생산하는 로봇 제품 유통·유지·보수 등 애프터서비스 전반을 담당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오토에버는 그룹사 투자 확대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장 개화, 로봇·스마트 팩토리 등 신성장 동력, 클라우드 성장 스토리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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