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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5(월)

[이철흠 한국신용정보원 금융AI데이터센터장] 제조업에서 배우는 금융 AI의 세 가지 교훈

기사입력 : 2025-09-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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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조력자, 인간의 통찰과 결합한 활용 필요
개별 모델서 지능형 디시전 엔진으로 진화해야

[이철흠 한국신용정보원 금융AI데이터센터장] 제조업에서 배우는 금융 AI의 세 가지 교훈이미지 확대보기
AI는 이제 산업 전반의 판도를 흔드는 기술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금융업과 제조업은 AI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분석을 통한 효율화, 최적화, 자동화 및 예측에서 AI의 강점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금융업은 프론트 오피스부터 백오피스까지 전 영역에서 AI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동화, 리스크 예측 및 관리, 고객 경험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효과성이 검증되는 과정에 있으며, 제도적·기술적 제약도 많다. 반면, 제조업은 AI의 적용범위가 좁고 도입 속도도 느리지만, 자동화, 공정 최적화, 품질 관리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AI 투자는 ‘무조건 시도’에서 ‘효과와 수익성 검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 전환 국면에서 제조업의 경험은 금융업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는 글로벌 제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AI가 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인 도구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교훈을 제시하고자 한다.

◇ AI는 만능이 아닌 ‘조력자’

제조업에서는 불량이 발생하면 먼저 데이터 분석으로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수백 개의 단위 공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 각 장비의 센서들로부터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로부터 불량 패턴을 분석하여 공정 흐름을 조정하거나 중단하는 등의 조기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례없는 불량이나 외부 요인으로 인한 문제는 데이터만으로는 규명하기 어렵다. 이때는 기술적 분석과 현장의 직관이 반드시 병행된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학습된 데이터 범위 내에서는 강력하지만, 그 밖에서는 예측력과 설명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른바 ‘관측가능성의 한계’다. 이를 간과하고 AI를 만능도구로 맹신하면 잘못된 판단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금융업은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러한 AI 만능론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금융 데이터는 거시경제상황, 정책 변화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불규칙성과 데이터의 불균형성이 매우 크며, 편향이 존재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제조업처럼 금융 분야에서도 AI의 결과를 참고하되 도메인 지식과 인간의 직관(Insight)을 결합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하여 효율성은 높이되, 최종 판단은 인간이 해야하는 이유이다.

◇ 데이터 확장을 통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

제조업에서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도 설계, 장비, 소재,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각적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통합적이고 시스템적인 시각을 통해 기존에 찾지 못했던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금융 AI에서도 이와 같은 다각적 접근이 중요하지만, 제조업과 달리 금융은 고객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고객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더욱 어려워졌고 데이터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금융 AI에서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확장하여 일종의 ‘멀티모달(multi-modal) 학습’을 통해 다각적으로 문제에 접근하여야 한다. 기존의 금융·정형 데이터 외에도 의료, 상거래, 통신, 뉴스, SNS, 앱 행태 등 다양한 비금융·비정형 정보를 결합하면 고객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이 앞다퉈 추진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중심의 슈퍼 앱(Super Apps) 전략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금융 외의 다양한 일상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고객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시전 엔진’(Decision Engine)으로 진화 필요

AI 모델 개발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해답을 도출하기 위한 하나의 수식(Equation)을 만드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각 모델은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시하며, 분명 개별적인 문제 해결에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개별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다 보면, 조직의 목적과 큰 흐름과 같이 더 큰 그림(Big Picture)을 놓치기 쉽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모델과 상품 추천 모델은 서로 목적이 다르지만 모두 고객 이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지닌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 고리를 인식하지 못하면 각 모델의 결과가 파편적으로 활용되거나 상충된 의사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도 (최대한 양품으로 만들어야하는) 수율 향상과 (최대한 불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품질관리가 때론 상반된 노력을 요구하지만,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조직 목표 아래선 같은 방향으로 조율되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무엇이 조직 전체에 최적의 선택인가를 판단하는 통합적 관점이다.

이러한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시전 엔진(Decision Engine)이다. 디시전 엔진은 각 모델의 결과를 적절히 조율·통합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실험하여 최적의 결정을 도출하는 의사 결정 지원 체계이다. 이는 단순히 분석 결과를 참고하는 것을 넘어, 경영진과 실무자에게 전략적 선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AI가 금융산업에서 진정한 혁신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통합적 사고와 진화된 활용 방식이 필수적이다. 각 모델이 조직의 목적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 연결의 끝에 인간의 통찰과 결합한 의사 결정의 중심이 세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AI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철흠 한국신용정보원 금융AI데이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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